“돌문어는 추석이 지나야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담백해집니다. 이맘때면 몸에 좋다고 ‘약문어’라고도 하지요.”
육지의 동쪽 끝 포항 호미곶에서 만난 이길봉(66·대보면 선주협의회장)씨는 “여기서 잡히는 돌문어는 안동·영주·의성 등 경북 북부 지역으로 간다”며 “제사나 잔치 등 큰 상에 오르는 으뜸 어물”이라고 말했다.
돌문어는 동해안 바다 속 돌 틈새에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갯벌이나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물문어와 구분해 참문어라고도 불린다. 돌문어는 물문어에 비해 몸집은 작고, 육질은 단단한 편이다. 돌문어의 맛이 오르기 시작했다. 문어는 경북 북부 사람들이 제사나 잔치 때 가장 먼저 챙기는 어물이다. 여러 가지 음식을 내고도 “그 집 음식 형편없더라”는 말을 들으면 십중팔구 문어가 빠졌다는 뜻이다. 전라도가 홍어를 최고로 친다면 경북 북부에선 문어를 친다. 안동에는 문어 점포만 10여 곳에 이르고, 연간 400t이 판매된다.
안동민속박물관 손상락(50) 학예사는 “문어가 큰 일에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그 이름과 습성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어(文魚)는 그 이름에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 있다. 선비들이 즐기는 고기라는 뜻이다. 바다 속에서 최대한 몸을 낮춰 생활하는 습성은 겸손하게 살아가는 선비의 삶과 닮았다고 보았다고 한다.
호미곶 돌문어는 대보면 ‘호랑이 꼬리’에서 7∼8㎞ 떨어진 연안 바다에서 주로 잡힌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다.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은 통발 어선 100여 척이 연간 2400여t을 잡아 전국의 20%를 차지하는 돌문어의 주산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어획량도 늘고 위판가도 올랐다. 위판 가격은 1㎏에 평균 1만5000원 선으로 물문어보다 2배쯤 비싸다.
돌문어는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회 초밥으로 많이 먹는다. 포항시는 3일부터 이틀간 호미곶 일원에서 ‘제1회 돌문어축제’를 열고 있다. 문의는 축제추진위(054-284-05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