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우치동물원 맹수 잇단 `비명횡사'
사자·호랑이 새끼 4마리 잡아먹혀..인공 포육 1마리도 병사
연합뉴스
광주 우치동물원이 기르는 새끼 맹수들의 ‘비명횡사’가 잇따라 동물원 측이 난감해하고 있다.
호랑이나 사자를 밖에서 들여오지 않고 동물원에서 낳아 키우는 포육 실험이 4년째 벽에 부딪힌 것이다.
17일 우치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6살짜리 암컷 벵골호랑이 ‘아롱이’가 낳은 생후 3개월 된 새끼가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지난 7월25일 죽었다.
사인은 고양이과 동물에게 잘 발병한다는 ‘대사성 질환’으로 밝혀졌다. 뼈와 근육의 성장이 멈춰버려 작은 충격에도 골절상을 입거나 척추가 내려앉기 십상인 병이다.
새끼 호랑이의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10월에도 새끼 호랑이 2마리가 생후 40일 만에 어미 ‘아롱이’에게 잡혀먹힌 바 있다.
사정은 사자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9월에는 암컷 아프리카 사자가 생후 20일도 채 안 된 새끼 2마리를 잡아먹었다.
동물원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양육’을 포기한 어미가 이처럼 새끼를 자꾸 잡아먹는 ‘식자증(食子症)’이 계속되자 갓 태어난 새끼를 인공 포육실에서 격리해 키우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었다.
하지만 생후 3개월째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어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기까지 했던 새끼 호랑이마저 이번에 죽어 버리자 동물원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옮긴 지 16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리모델링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동물원의 열악한 시설도 한몫을 한 것으로 지적된다.
동물원이 광주공항의 전투기 항로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인근 담양군에 사격장까지 있어 가뜩이나 소음 공해가 심각한 마당에 단독 생활을 하는 호랑이들이 얇은 벽 하나로만 분리된 탓에 사육 환경이 매우 나쁘다는 게 동물원 측 설명이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는 “‘식자증’의 대안으로 인공 포육실을 선택했는데 이번에도 실패했다”며 “사자와 호랑이의 교미율이 저조한 것도 환경적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우치동물원에는 호랑이 암.수 2쌍, 사자 5마리(수컷 1마리), 표범 5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입력 : 2008.10.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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