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한·일(韓·日)국제환경상] '야생 곰' 보호 국제 연대
日本 반달곰 연구소
일본 마이니치 신문사
▲ 마이타 가즈히코 대표가 일본 히로시마현에 있는 반달곰 서식지에서 반달곰이 흑말벌의 벌집을 파 낸 흔적을 확인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 제공일본 반달곰연구소는 지난 1992년 히로시마(廣島)현 국유림에 서식하는 야생(野生) 반달곰 보호를 위해 마이타 가즈히코(米田一彦)씨가 설립한 민간단체다. 지금은 히로시마를 비롯해 야마구치(山口), 시마네(島根) 등 3개 현에서 야생곰 보호활동을 펴는 한편 일본 각지의 전문가와 연계해 반달곰의 전국적인 서식·생태 현황을 파악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연구소가 처음으로 맡은 임무는 히로시마현 니시나카(西中) 국유림에 살던 반달곰 살리기였다. 당시 이 지역 반달곰들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와 농작물 피해를 입히자 마을 주민들이 야생 곰을 포획해 죽이는 사례가 많았다.
연구소가 생각해 낸 것은, 포획된 곰에게 격퇴용 스프레이를 뿌려 사람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준 뒤 산속 깊이 데려가 놓아주는, 이른바 '학습 방출' 방법이었다. 연구소는 이런 방법으로 지금까지 일본 전역에 100여 마리의 반달곰을 다시 야생에 풀어줬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 환경부는 1996년 12월 일본 반달곰연구소에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 조사를 의뢰해 왔다. 당시 한국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반달곰은 20마리 이하로, 포유동물이 종(種)의 존속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개체군 수준이었다.
연구소는 당시 한국 환경부 자연생태조사반의 한상훈 박사팀과 함께 1997년 지리산에서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때 무려 6000개의 밀렵용 올가미를 회수했다. 또, 곰의 발자국과 유전자(DNA) 감정을 통해 한국에 20마리 안팎의 반달곰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 후로도 연구소는 한국을 30회 넘게 오가며 일본의 경험을 전달하는 등 한국 반달곰 보호에 적극 협조해 왔다.
연구소는 2001년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한중일 흑곰 보전검토회'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것을 시작으로, 중국 현지에서도 곰 올가미 철거 같은 방식을 통해 야생 곰 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연구소가 주도해 만든 '한중일 반달곰조사프로젝트'를 통해 3국에 서식하는 야생 반달곰에 대한 정보가 활발히 교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02년에는 야생 곰에게 전파 발신기를 달아 이들 곰이 어떤 지역에서 무엇을 먹고 사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한국과 중국 측에 전수하기도 했다.
마이타 대표는 "곰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자연과 생태가 아직은 풍요롭다는 것을 말해 주기 때문에 곰과 사람의 공존(共存)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동남아시아와 중동까지 연구소의 활동 반경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 반달곰 존재 알리겠다"
마이타 가즈히코 대표 수상 소감
한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곰을 보호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 힘쓰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 '반달곰 연구소'가 그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오랫동안 곰 보호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동아시아 특산종인 '반달곰'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반달곰 보호뿐 아니라 생태 복원에 국제적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조선일보와 마이니치신문에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입력 : 2008.10.23 00:06 / 수정 : 2008.10.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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