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실종과 귀환
이명렬·농촌진흥청 국립 농업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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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19 22:29
▲ 이명렬·농촌진흥청 국립 농업과학원 연구관 2006년 가을부터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남미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꿀벌이 갑자기 없어지는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 나타났다(5월 16일자 A2면).
최초 발원지 미국에서는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원인 규명에 나섰다. 벌통의 잦은 원거리 이동, 기생충 감염, 농약 만성 중독, 면역력 결핍, 각종 바이러스 감염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일부에선 휴대전화 전자파를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 근거는 희박하다.
기사에서는 미국에서 꿀벌이 사라진 것만 소개되었지만, 지금 상황은 정부와 양봉농가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줄어든 꿀벌이 많이 회복됐다. 작년 가을에 군집붕괴현상을 처음 발견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헤켄버그씨의 양봉장을 방문했는데,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꾸준히 공급한 결과 체력과 면역력의 강화로 꿀벌이 거의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정부와 양봉농가들의 노력으로 '벌들의 귀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내에선 아직 미국과 유사하게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진 않았다. 하지만 꽃에 살포한 농약과 환경오염에 의한 꿀벌의 폐사, 기상 이변으로 인한 꿀벌 감소가 문제 된 적이 있다. 환경오염과 자연훼손 때문에 꿀벌의 밀도가 줄어들 경우엔 미국처럼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꿀벌이 대폭 감소하게 되면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꽃가루를 옮겨주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딸기·참외·사과 같은 과일과 콩·깨 등 곡물의 흉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키우던 벌이 줄어들자 슬픔에 잠긴 적이 있다고 한다. 올봄 고온현상과 잦은 비로 일찍 시드는 아카시아 꽃을 바라보는 우리 꿀벌사육 농가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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