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사람에게 돌팔매?…수사 착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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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15 06:10
임형섭 김연정 기자 = 코끼리가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긴 코를 둘둘 말아 사람에게 돌팔매질을 할 수 있을까.
15일 경찰에 따르면 14일 오후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에 특이한 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동대문구 소재 한 병원에서 머리의 타박상을 치료받던 김모(48.여)씨가 “코끼리가 코로 던진 돌에 맞아 다쳤다”며 신고를 해온 것.
신고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14일 오전 10시께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화창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코끼리를 구경하고 사자 우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김씨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뒷머리 부분에 강한 충격을 느끼고 쓰러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옆에는 어른 주먹 두 개 크기의 돌멩이가 떨어져 있었고, 돌이 날아온 쪽을 봤더니 코끼리 우리 안쪽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의기양양하게 코를 말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에게 돌을 던졌을 법한 다른 사람이 없었기에 돌을 던졌다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코끼리가 범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씨의 추리다.
김씨는 머리에 이상한 감각을 느꼈지만 큰 외상은 없어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취한 후 진통제 두 알을 받아들고는 귀가했다.
그러나 오후부터 시작된 두통의 증세가 점점 악화해 저녁 무렵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생각보다 부상이 심하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문제의 코끼리를 지목했다.
그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주변에 돌을 던졌을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에서 코끼리가 코로 돌을 말아서 던진 게 틀림없다. 공원 측이 코끼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신고를 접수하고 김씨의 진술까지 들은 경찰은 황당하면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돌팔매질을 해서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로 코끼리가 유력하게 용의 선상에 오른 사상 초유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 진술만으로 섣불리 코끼리를 범행 주체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신고가 들어온 이상 철저히 조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공원 내 코끼리 우리 주변의 CC(폐쇄회로)TV를 확보하기로 하는 등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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