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정조처럼 정치하기
김종명 기자 다른기사보기
[밀물 썰물] 정조처럼 정치하기
[밀물 썰물] 정조처럼 정치하기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조선 22대왕 정조(본명 이산)가 규장각에 친필로 새겨서 걸어놓았던 글귀다. 정조는 이 구절에 대해 "달은 하나이고 물은 만 갈래다. 물은 세상사람들이고 달은 태극인데, 태극은 나다"라고 풀이했다. 자신이 달처럼 만백성을 고루 비추는 왕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정조는 "요순 삼대의 정치가 어찌 두번 다시 있겠느냐고 말하지 말라(정조실록 25년)"며 역사상 제일의 성군이 되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다(김태형 저·'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조선의 혁명가'였던 정조는 붕당정치에 빠져 있던 당시 정치 지형을 탕평책을 통해 통합의 정치로 이끌었다. 편전의 이름을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이라 할 정도로 실현 의지도 컸다. 그는 100회 이상 기록한 도성 밖 행차를 통해 백성과의 소통의 정치를 갈구했다. 누구든 억울한 일은 무엇이나 왕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도록 하여 능행(陵行) 중에 그것을 접수하도록 했다. 그 건수만 해도 5천건이 넘는다. 정조는 낡은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공작정치도 폈다. 숱한 수구반동세력에 포위되어 있던 정조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본의 신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가 취임 이틀 전 일본서 한류 역사 드라마 '이산'을 홍보 중인 탤런트 이서진씨를 접견한 자리에서 "앞으로 정조처럼 정치를 하겠다"고 피력했다. 54년만에 이룬 정권교체인 만큼 개혁 과제가 많고도 힘들 것이란 점에서 정조의 개혁정책은 하토야마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
새로운 한일관계를 포함한 일본의 변화를 예견하면서 한국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해머와 전기톱까지 등장한 '난장판 국회'와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이 먼저 떠오른다. 백성을 근본으로 했던 정조의 개혁사상이 정작 필요한 곳은 오늘의 한국 정치판이다. 일본의 개혁바람을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김종명 수석논설위원 myung7@busan.com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조선 22대왕 정조(본명 이산)가 규장각에 친필로 새겨서 걸어놓았던 글귀다. 정조는 이 구절에 대해 "달은 하나이고 물은 만 갈래다. 물은 세상사람들이고 달은 태극인데, 태극은 나다"라고 풀이했다. 자신이 달처럼 만백성을 고루 비추는 왕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정조는 "요순 삼대의 정치가 어찌 두번 다시 있겠느냐고 말하지 말라(정조실록 25년)"며 역사상 제일의 성군이 되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다(김태형 저·'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조선의 혁명가'였던 정조는 붕당정치에 빠져 있던 당시 정치 지형을 탕평책을 통해 통합의 정치로 이끌었다. 편전의 이름을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이라 할 정도로 실현 의지도 컸다. 그는 100회 이상 기록한 도성 밖 행차를 통해 백성과의 소통의 정치를 갈구했다. 누구든 억울한 일은 무엇이나 왕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도록 하여 능행(陵行) 중에 그것을 접수하도록 했다. 그 건수만 해도 5천건이 넘는다. 정조는 낡은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공작정치도 폈다. 숱한 수구반동세력에 포위되어 있던 정조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본의 신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가 취임 이틀 전 일본서 한류 역사 드라마 '이산'을 홍보 중인 탤런트 이서진씨를 접견한 자리에서 "앞으로 정조처럼 정치를 하겠다"고 피력했다. 54년만에 이룬 정권교체인 만큼 개혁 과제가 많고도 힘들 것이란 점에서 정조의 개혁정책은 하토야마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
새로운 한일관계를 포함한 일본의 변화를 예견하면서 한국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해머와 전기톱까지 등장한 '난장판 국회'와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이 먼저 떠오른다. 백성을 근본으로 했던 정조의 개혁사상이 정작 필요한 곳은 오늘의 한국 정치판이다. 일본의 개혁바람을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김종명 수석논설위원 myung7@busan.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