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한국을 모조리 대마초 밭으로?영어 강사의 빗나간 대마(大麻)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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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03 04:07 / 수정 : 2010.04.03 12:16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 미국인 P(27)씨가 집에서 대마를 재배·가공해 팔고 피우다가 울산경찰청 외사계에 적발됐다. 연합뉴스 3월 24일
지난달 22일 대구시 남구 봉덕동 다세대주택 3층의 P씨 집을 덮친 수사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높이 140㎝쯤 되는 대마(大麻) 8그루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대마 농장' 주인이 P씨였다.
그는 어떻게 대마를 키우게 됐을까. P씨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민 간 부모가 현지에서 P씨를 낳아 미국 국적을 갖게 됐다. 한국어는 거의 못한다. 3년 전 한국에 들어와 대구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초·중·고교생을 가르치고 매월 강사료 250만원과 방값 지원비 25만원을 받았다. 그는 작년 5월 잠시 미국에 다녀오면서 대마씨앗 8개를 밀반입했다. 좁쌀보다 크고 보리보다 작은 이 대마씨를 가방 속 깊이 숨겨왔다.
▲ 한국을 대마초 왕국으로 만들려 했을까. 20대 한국계 미국인이 밀반입한 미국산 대마씨로 자신의 집에다‘대마농장’을 차렸다. /울산경찰청 제공
엄연한 불법 행위였지만 인천공항에선 무사통과했다. 그는 자신의 원룸 한쪽에 대마씨 5개를 심었다. 물통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이었다. 흙에서 키우는 것보다 배 이상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대마는 싹을 틔우고 잎사귀까지 냈지만 곧 죽어버렸다. 온도와 습도가 안 맞았던 것이다. 그는 남은 3개 씨앗을 마저 심었다. 여기에선 꽃봉오리를 피우는 데까지 성공해 대마씨 50여개를 확보했다.
P씨는 올해 1월 방 세 개짜리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경찰은 "이때 본격적으로 대마재배를 시작했다"고 했다. 방 한 칸은 그의 외국인 여자 친구가 썼고 다른 한 칸은 재배실, 나머지 한 칸은 대마 건조실 겸 자신의 방으로 사용했다.
그는 방 한가운데 커다란 물통 4개를 준비했고 통마다 대마 2그루를 심었다. 한 통에 3그루 이상 키우면 나중에 대마끼리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밤에도 대마가 자랄 수 있도록 나트륨등 4개와 환풍기도 설치했다.
수질정화제, 산성도 측정기, 인공토양 등을 종묘상에서 구해왔다. 미국에서 가져 온 영양제까지 대마에 주입했다. 경찰은 "P의 집에서 대마 키우는 전문 서적이 나왔다"면서 "미국에서 철저히 준비해 온 흔적이 보였다"고 했다.
열네 살 때부터 대마초를 피웠다는 그는 미국에서 2년간 대마 키우는 기술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마가 성장하자 그는 자신이 묵던 방을 대마잎 건조실로 사용했다. 재배실과 달리 건조실은 햇볕이 들지 않아야 한다.
철망으로 된 건조기는 자신이 직접 제작했다. 대마 잎을 잘 말려 손으로 잘게 부수면서 고운 가루를 만들면 그게 바로 대마초 원료다. 대마 가루를 만든 그는 이제 판매에 나섰다.
대구 중심가 바(Bar)나 카페에서 알게 된 외국인 학원강사 등을 상대로 물건을 넘겼다. g당 6만원을 받았다. 보통 g당 4만~5만원에 판매되지만 P씨가 키운 미국산 대마는 환각성이 20배나 강해 값을 후하게 쳐줬다고 한다.
대마 1g으로 대마초 2~4개를 만들 수 있다. 그의 대마를 피웠던 외국인 강사 J씨(입건)는 "원더풀"을 연발했다고 한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지난해부터 온도·습도 등 대마 재배 상황을 꼼꼼히 적어놓은 '대마 일지'를 발견했다.
현재 키우는 대마 8그루에서 수확한 것으로 보이는 대마씨 523개와 대마 320g(2000만원어치 상당)을 현장에서 압수했다. P씨를 그대로 뒀다면 1년 이내에 전국 곳곳 그의 대마씨가 퍼질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P씨는 "대마를 팔지 않았고 모두 내가 피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마를 판매한 사실이 들통나면 형량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P씨는 또 "대마 흡연은 불법인 줄 알았지만 재배 자체가 불법인 줄 몰랐다"며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것은 마치 한국에서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동거 중인 여자에게도 옆방에서 키우는 건 대마가 아니라 다른 식물이라고 얘기해왔던 것을 보면 그는 이미 대마 재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대마 옆에 작은 토마토를 키워 식물 애호가처럼 보이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 구치소에 있다. 경찰은 P씨를 상대로 대마를 구입한 사람이 더 있는지 조사 중이다.
울산청 외사계 장갑병 수사관은 "큰 죄의식 없이 마약을 다루는 P씨를 보고 놀랐다"며 "목화씨를 들여온 훌륭한 조상이 있는 반면 대마씨나 들여오는 빗나간 후손이 있어 씁쓸하다"고 했다.
뽕나뭇과에 속하는 대마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세계 골고루 분포하며 온대에서 3m, 열대에서 6m 높이까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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