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시인 정지용이 지은 ‘향수’에 나오는 얼룩빼기 황소. 동요로도 잘 알려진 박목월 시인의 ‘엄마소는 얼룩소’는 1930년대 쓴 시다. 한때 한반도 어디서나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이 시들의 진짜 주인공은 한우 ‘칡소’다. 이 칡소가 충북 축산위생연구소 종축시험장에서 복원돼 ‘명품 한우’로 등장했다.
최근 미국산 소고기 전면수입 결정과 사료값 급등으로 축산농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토종한우인 칡소와 흑소가 축산농가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칡소는 보통 한우의 황갈색 털 바탕에 흑갈색 무늬가 마치 칡넝쿨을 감아놓은 것 같다고 붙은 이름이고,그 생김새가 호랑이와 흡사하다고 ‘호반우’로도 불린다. 영어이름도 ‘타이거 캐틀’.
흑소는 몸 전체가 검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한성이 강해 힘이 좋고 거칠다. 흑소는 제주도에서 5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곳 종축시험장에서는 26마리가 자라고 있다.
칡소와 흑소는 구한말까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품종이었다가 1920년대 일제의 모색통일 정책과 1960년대 한우개량사업을 거치면서 거의 사라졌다. 특히 이들 소가 잡종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제값을 못받게 된 축산농가들이 사육을 기피해 멸종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도 종축시험장은 1998년부터 ‘향토새옷입히기 사업’을 실시, 칡소와 흑소에 관심을 갖고 증식을 시작해 현재 칡소 30마리와 흑소 26마리 등 모두 56마리까지 개체수를 늘렸다.
칡소와 흑소는 전국적으로 40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충북 도내 8개 농가 등에서 197마리가 자라고 있다. 칡소와 흑소 모두 겉모습만 다를 뿐 일반적 한우라고 불리는 누렁이와 성격, 식성이 똑같아 사육에 어려움은 없다.
도 종축시험장 관계자는 “칡소와 흑소는 지방 함량이 적고 고기맛이 좋아 미국산 소고기에 맞설 축산농가의 소득 창출원으로 기대된다”며 “시판될 경우 좋은 고기맛과 희귀성 때문에 일반 한우보다 20% 가량 비싼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 종축시험장은 앞으로 3∼4년 이들 품종의 증식에 박차를 가한 후 지역특화 품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멸종위기에서 개체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칡소와 흑소가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으로 위기에 처한 축산농가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