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꼬리생쥐가 알려주는 ‘m’의 비밀
불멸의 기준을 찾아가는 여행길
고생끝에 단위의 세계를 만나니…
윤은숙 기자
» 긴꼬리생쥐가 알려주는 ‘m’의 비밀
〈고양이가 맨 처음 ㎝를 배우던 날〉
김성화 권수진 글·노인경 그림/아이세음·1만원
1792년 여름날 아침. 프랑스 파리에서 들랑브르와 메솅이라는 이름의 두 학자가 여행을 떠난다. 가족들에겐 7개월 안에 돌아오마 약속했다. 그렇지만 그 둘의 여행은 장장 7년이 걸렸다. 그동안 둘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강행군을 거듭했다. 그렇게 힘든 여행 끝에 그들은 무얼 얻었을까? 황금유적? 지구탄생의 비밀?
아니 아니. 정답은 바로 ‘미터’(m)다. 우리가 키를 재거나 거리를 잴 때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바로 그 단위,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 1000만분의 1에 달하는 거리, 미터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 〈고양이가 맨 처음 ㎝를 배우던 날〉
<고양이가 맨 처음 ㎝를 배우던 날>은 수학 속 단위에 관한 이야기 책이다. 수학은 언제나 어린이들이 싫어하는 과목 1순위다. 어렵고 지루하기 부문에선 따라올 것이 없으니까. 책 속 주인공 명랑한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고양이가 학교에서 센티미터(㎝)를 처음 배우던 날에서 시작된다. 고양이에게 이것저것 길이를 재는 일은 너무나 재미없었다. 거기다 숙제까지 한 보따리. 그런데 바로 그때. 긴꼬리생쥐가 등장한다. 생쥐는 이야기 명가의 십칠대 자손으로, 하품나는 수학을 신통방통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야기는 아주 옛날, 센티미터나 미터 따위는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발바닥이나 손바닥 아니면 팔로 길이를 재고 있었다. 그런데 몸이 제각각이듯 길이도 제각각. 길이는 들쭉날쭉해졌고, 혼란스러웠던 사람들은 ‘불변의 기준’이 필요로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처음에 소개된 들랑브르와 메솅의 험난한 ‘미터 여행’이다. 책에 소개된 그들의 자세한 여정을 읽노라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둘이 만든 미터는 이후 단위의 세계를 놀랍도록 바꾼다. 센티미터부터 시작해 밀리미터, 나노미터, 마이크로미터 등으로 쪼개지기도 하고, 킬로미터부터 출발해 빛의 속도인 광년까지 팽창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부피를 재는 세제곱미터 혹은 킬로그램도 알고보면, 모두 미터에서 나왔다는 사실. 생쥐의 이야기 속에서 미터는 이렇게 미생물의 가느다란 몸과 광활한 안드로메다를 신나게 넘나든다. 여행을 끝내고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엔, 책상 위에 놓인 30㎝의 자가 예사롭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초등 저학년.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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