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형 기자 swhyu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사100자평(3)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요즘 싸이 공감 잇글링 조선블로그 MSN 메신저스크랩메일인쇄입력 : 2011.05.16 09:42 / 수정 : 2011.05.16 11:20
▲ 서울동물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 고릴라 고리롱/출처=연합뉴스지난 2월 48세의 나이로 숨진 수컷 로랜드(Lowland)고릴라 ‘고리롱’의 정자를 채취해 암컷 ‘고리나’(33)에게 인공수정을 시키려던 서울동물원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자 국내에 있던 로랜드고릴라 두 마리 중 한 마리였던 고리롱은 몸값이 10억원에 육박했었다. 서울동물원은 사람 나이로 치면 80~90세에 해당하는 고리롱의 2세를 얻기 위해 ‘짝짓기 동영상’까지 보여줬었다.
김보숙 서울동물원 동물병원 방리방역팀장은 “고리롱의 사체를 해부한 결과, 정자를 한 마리도 생산할 수 없는 무정자증으로 나타났다”면서 “고리롱의 나이가 많아 정자 숫자가 적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자가 하나도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리롱이 선천적인 무정자증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평소 고리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김 팀장은 “동물이 사람보다 더 본능적이며, 대개 암컷이 수컷을 선택한다”면서 “고리롱은 로랜드고릴라 중 얼굴도 잘생겼고 체격도 좋았지만 ‘씨’가 없어 고리나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고리롱 2세를 만들기 위한 ‘실버리본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강남 차병원 비뇨기과의 박정원 교수팀도 고리롱의 무정자증에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팀은 고리롱에게는 시알리스 등 ‘발기부전 치료제’를, 암컷 고리나에게는 배란 유도제를 우유에 섞어 먹이는 등 로랜드고릴라 2세를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 또 고릴라의 짝짓기 본능을 불러일으키려 자연 상태에서 고릴라들이 짝짓기하는 비디오 영상을 보여줬고, 비뇨기과와 산부인과의 정기 검진까지 받게 했다. 신방(新房)엔 천연잔디를 깔아주고, 사계절 야외에서 생활할 수 있는 야외 방사장엔 온돌 바위까지 갖춰줬다.
이런 노력에도 고리롱이 자식을 보지 못하고 죽자 동물원은 ‘인공수정’에 희망을 걸었지만 결구구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고리롱의 사체는 서울동물원 동물병원에 냉동보관돼 있다. 서울동물원은 ‘건강한’ 수컷 로랜드고릴라를 외국에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난 1968년 아프리카에서 서울동물원의 전신인 창경원 동물원으로 이사 온 고리롱은 40년 넘게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스타’였다. 고리롱은 창경원 시절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불결한 환경 탓에 동상과 파상풍으로 발가락을 자르는 바람에 기력이 암컷 고리나에게 밀렸다. 이것이 원인이 돼 고리나와 사랑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랜드고릴라는 아프리카 서부 저지대 열대우림에 사는 고릴라로 개체 수가 10여만 마리에 불과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