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뛰어난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조건반사 현상을 발견, 연구를 계속하는 데에 개가 필요했다. 그의 집에는 많은 개를 기를 수밖에 없었고 개 사육은 그의 아내 몫이었다. 개를 실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개를 부족함이 없는 상태로 유지하는 일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아내는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면서도 한 치의 착오도 없이 그 일을 해냈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돼 그가 55세 되던 해에는 노벨상을 탔다. 모든 것이 어진 아내 덕분이었다. 그래서 어진 아내의 남편은 번뇌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진 아내는 남편의 손과 발이 될 수도 있고 남편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낼 수 있다.
어제가 부부의 날이었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21일로 정하고 2007년부터 달력에 기념일을 올렸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같은 기념일은 잘 기억하면서 부부의 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그런 날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다른 가족에 비해 부부사이는 유독 덜 신경 쓰고 소홀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500년 전 부부의 한글 편지가 대전에게 발견돼 화제다. 이 러브레터는 대전 쓰레기 매립장 공사현장에서 안정 나씨 종중 분묘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미라와 함께 발견된 것으로 나신걸이 군관으로 함경도 경성에 근무하게 되면서 아내 맹씨에게 보낸 편지로 확인됐다.
문장마다 아내에 대한 애뜻함이 묻어났다.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가네." 남편이 아내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달래는 데는 선물만 한 게 없다. 국내 유명 백화점이 기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부부의 날에 배우자에게 주거나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조사결과 커플 속옷을 선택했다. 중·장년층 부부에서 커플 속옷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나이가 들수록 부부애가 깊어짐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우리들을 우울케 하는 게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에다 황혼이혼마저 증가 추세에 있다. 2010년 이혼 통계에 의하면 이혼건수는 11만7000건으로 전년보다 7000건 감소했지만 결혼 20년 이상 황혼이혼은 전체 이혼에서 27.3%를 기록했다. 천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위버(Pesce-Weaver)라 불렀다. 평화를 짜나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귀하게 만들고 뜻대로 움직인다. 새삼 부부의 날을 맞아 평화를 짜나가는 아내의 역할이 커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