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아버지 잃고 금연 운동가 됐죠"
日 세계적 금연 전문가 나카무라 박사
"흡연은 뇌가 니코틴에 중독된 질병 상태
日엔 '보행 흡연' 못하는 거리 속속 등장"
글·사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자의 다른 포토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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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뇌가 니코틴에 중독된 질병 상태입니다. 고혈압에 걸리면 '혈압약'을 먹듯이 병원에서 약물 등을 이용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금연 운동가 나카무라 마사카주(中村正和·53·사진) 오사카시(市) 건강증진센터 부장은 흡연자를 '니코틴 의존증 환자'로 부른다. 그는 내과 의사로, 흡연 관련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등에 100여 편 발표해 세계적으로도 이름나 있는 금연 전문가이다. 흡연자였던 아버지를 폐암으로 잃은 가족사를 갖고 있다. 24일 대한의사협회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주최한 '금연 정책 포럼'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은 나카무라 박사는 "흡연은 질병이기 때문에 일본은 금연 치료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현재 병원을 5번 방문하는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흡연자의 46%가 최소 9개월 이상 금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흡연자의 일반적인 금연 성공률은 5~20%대이다.
일본이 2006년부터 전격적으로 금연 치료를 건강보험에 적용시키는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그는 심장학회·호흡기학회 등 9개 학회의 연구진을 규합하여 금연 치료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면 15년 후 한 해 약 2300억엔(약2조3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일본은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수와 흡연 연(年)수를 곱한 값이 200이 넘으면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가 된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담배 10개비를 20년 넘게 피우면 해당된다. 이들은 30만~60만원 하는 금연 치료 비용 중 30%만 내면 된다.
일본 남성의 흡연율은 39%, 여성은 10%로(2006년 일본 후생성 조사), 남성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낮고(한국 44%), 여성은 더 높다(4.6%).
"담배회사들이 남성 흡연자가 줄어드니까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여성용 브랜드 제품이나, 냄새가 적다고 주장하는 담배를 내놓고,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면서 담배 이름을 '○○슬림'이라고 붙이고 있습니다. 여성 금연 대책이 강화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그동안 흡연에 관대했던 일본은 2003년부터 시행된 건강증진법에 '아동과 청소년에게 흡연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법제화한 이후 사회 전체가 금연 분위기로 확 바뀌었다고 그는 전했다.
"모든 학교 부지 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더니 학생은 물론 담배 피우던 선생님들과 학부모의 흡연율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금연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사람이 당선되기도 했고요."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에 보행 흡연을 못하는 거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카무라 박사는 "현재 300엔 하는 담뱃값도 점차적으로 1000엔(1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라며 "담배 살 돈으로 차라리 병원 치료 받은 후 금연하면서 사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09.2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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