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미소엔 83%의 행복과 17%의 두려움이 담겨있다신용관 기자 qq@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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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08 22:03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
에드 디너·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지음| 오혜경 옮김｜21세기북스｜392쪽｜1만5000원
행복은 지속적 과정이지 일시적인 만족감은 아냐
행복은 모든 인간 활동의 목표다. 코를 높이고, 바람을 피우고, 도박을 하고, 학력을 속이는 것도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권력 갖기를, 유명해지기를, 심지어 부자 되기를 싫어할 이는 있겠지만, 행복해지길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도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밝히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장 자크 루소는 "행복은 많은 돈, 좋은 음식, 그리고 우수한 소화능력"이라고 말했고, 영화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먼은 "행복은 건강과 나쁜 기억력"이라는 촌철살인의 말을 남겼다. 하지만 신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은 행복을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 정의한다. 행복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무엇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의 문제라는 얘기다.
주관적 안녕감은 개인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좌우되지만, 그가 그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주관적 안녕감에는 직장·건강·관계 등 삶의 중요한 영역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내리는 평가, 삶에 대한 만족도가 모두 담겨 있다. 달리 표현하면, 한 사람이 삶을 향해 갖는 긍정적인 생각과 느낌을 모두 가리키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이 무엇이며, 행복에 이르는 길은 어떤 것인지를 분석한 저자들은 부자(父子)지간이다. 아버지 에드 디너는 행복학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이며, 아들 로버트 비스워스 디너는 오리건주 포틀랜드 주립대(PSU) 강사로 전 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며 실증적 연구를 진행하는 긍정심리학자다.
이들은 인도의 우체국 직원에서 케냐의 부족민, 북극의 이누이트족과 캘리포니아의 히스패닉 학생에 이르기까지 각지에 사는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심리적 부(富)'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는 개인이 지닌 진정한 순(純)자산을 뜻하며, 삶을 대하는 태도나 사회적 지원, 영적 발달, 물질적 자원, 건강과 그 사람이 종사하는 일 등을 포함한다." 책은 행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심리적 부의 세 가지 측면, 즉 건강, 관계 그리고 의미 있는 일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심리적 부의 기초가 되는 두 가지 원리다. 첫 번째 원리는 행복이 '지점'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행복이 정서적인 최종 목적지, 즉 건강이나 행복한 결혼생활, 높은 연봉 등 유리한 상황을 달성했을 때 따라오는 기분 좋은 상태라고 여겨왔다. 바람직한 '여건'을 충분히 확보하면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것이 그런 생각의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수행한 여러 실험과 통계는 '상황'만으로는 심리적 부를 이룰 수 없음을 보여준다. 돈이나 국적·결혼이 주관적 안녕감과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 연관 정도는 행복의 다른 요소들에 비하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진정한 부는 우리를 둘러싼 상황만큼이나 내면의 태도와도 관계가 깊다. 즉 행복은 긍정적인 태도·의미·영성(靈性)을 지니고 삶과 세계를 체험해야 얻을 수 있는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행복을 되짚어보고 심리적 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두 번째 주요 원리는 행복이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다. 행복이 주는 즐거움보다는 행복이 해내는 역할을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행복이 순간적으로 소모하는 일시적인 기분이 아니라 보다 의미 있고 윤택한 삶을 형성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심리적 자원이라는 주장이다.
놀랍게도 저자들은 과도한 행복을 추구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지속적이고 극단적인 행복감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개인에게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의 얼굴에 표현된 감정을 컴퓨터로 분석한 뒤 그녀가 83% 정도 행복하며, 두려움과 분노가 혼합된 부정적인 감정도 17% 담겨 있다고 결론 내렸다.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행복과 불행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삶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행복의 AIM'도 유용하다. AIM은 행복에 필요한 긍정적 태도의 기본요소로서, 주의(Attention)·해석(Interpretation)·기억(Memory)을 의미한다. 성공과 축복 등을 의도적으로 찾으며(주의), 중립적인 사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려움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고(해석), 좋았던 때와 가치 있는 것을 머릿속에 간직한다면(기억) 우리는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탈린을 비판했다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8년을 보내야 했던 솔제니친은 "사람은 행복해지기로 결심하고 있는 한 행복하다. 아무것도 그를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 결심과 실천에 목마르다면 이 책이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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