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블로그] "신의 뜻에 따라"… 미(美)에 종교펀드 붐
전수용 기자 js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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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0 20:45 / 수정 : 2010.01.10 20:45
"신(神)의 가르침에 따라 펀드투자를 하면 신의 가호(加護)가 있다."
요즘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종교펀드(Religious mutual fund)'가 붐이라고 합니다. 종교펀드는 종교적 신념을 투자기준으로 삼아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르는 것을 말합니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종교펀드 수는 최근 10년 사이 3배로 늘어나 90여개에 달합니다. 자산규모도 270억달러로 늘어났고, 펀드 종류도 기독교 근본주의에서부터 이슬람교까지 웬만한 종파(宗派)를 모두 아우를 정도로 다양해졌습니다. 종교펀드 붐에 대해 프린스턴대 데이비드 밀러(Miller) 교수는 "사람들이 돈을 투자할 때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맞추려는 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종교펀드는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고를까요. 보통 펀드매니저라면 기업 실적이나 재무제표를 가장 먼저 챙기겠지요. 하지만 종교펀드 매니저들은 경전 가르침이 최우선입니다. 낙태·피임을 금지하는 가톨릭 교리에 따라 가톨릭 종교펀드가 낙태·피임·동성애 관련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 식이지요. 이슬람 펀드인 '아마나 인컴(Amana Income)' 펀드는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을 투자 리스트에서 거의 제외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펀드는 2008년 미국 금융회사 부실로 시작된 글로벌 위기에도 끄떡없었다고 합니다.
수익률은 어떨까요. 이탈리아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름을 딴 '아퀴나스그로스' 펀드는 2008년 펀드 수익률 순위에서 상위 6% 안에 들었고, 최근 3년 동안 수익률도 상위 25%에 랭크될 정도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펀드 전체는 지난 5년 연평균 수익률이 2.27%로 전체 주식형펀드 연평균 수익률(2.34%)보다 낮아 '대박 상품'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는 종교펀드가 판매수수료 같은 각종 비용이 다른 펀드에 비해 비싸고,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스스로 투자 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구촌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미국 월가의 '탐욕적 펀드'와는 다른 투자의 세상도 존재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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