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림 제공심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크 오크스는 캐럴 슬러터백과 함께 남녀 대학생들에게 72가지 음식을 보여주고, 각각의 음식에 대해 몸에 좋고 나쁜 정도를 5단계로 나눠 점수를 매기게 했다. 건강 면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은 식품은 단연 '사과'였다.
그런데 막상 '사과'라는 이름표를 떼어내고 사과의 영양성분이 적힌 표만 보여주자 학생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영양성분만 놓고 봤을 때 긍정적 평판을 얻은 건 도리어 '빅맥'(맥도날드 햄버거의 대표 메뉴)이었다. 빅맥에는 13종의 핵심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지만 사과에는 오로지 비타민C 한 종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부정적 평판을 받는 영양성분을 섭취하면 실제 영양성분이 몸에 좋든 나쁘든 평판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이론이 있다. 폴 로진 교수에 의하면, 미국인들에게서 이 점이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먹는 일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기쁨을 찾았고, 뭔가를 더 넣거나 뺀 식품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 프랑스인이 미국인보다 지방질 섭취가 많고 담배도 더 많이 피우지만 심장질환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적게 발생한다(일명 프렌치 패러독스). 먹는 일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건강과 장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품에 함유된 꿀은 설탕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지만 두 감미료의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은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적어서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굳이 감미료에서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섭취하고 싶다면 갈색 설탕이 그나마 훨씬 낫다. 게다가 꿀 한 숟가락에는 설탕 한 숟가락에 든 칼로리의 30%가 더 많다. 꿀은 설탕보다 충치를 더 많이 생기게 한다. 설탕은 무엇보다 아동 활동항진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저자는 10여 년간 약물과 행동, 행동신경학 분야에서 대학생 및 연구자들을 가르쳤으며, 음식과 영양의 심리학을 파헤친 책들을 출간해 왔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최고로 유익한 식품이 무엇이며 가장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머리말에서 "식품의 평판(예를 들어 사과)과 식품의 영양(예를 들어 빅맥)이 문화 속에서 쌓여온 결과물임을 보여주고, 식품과 식품 영양에 대한 평판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봄으로써 그중 쓸모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식단에 존재하는 건강과 관련된 극단적 논쟁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요즘 중국산(産) '멜라민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수퍼마켓에 간 엄마들은 식품 겉포장에 적힌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다. 질병을 일으키거나 장애를 부르는 성분은 당연히 먹지 말아야 한다. 넣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알고 있는 음식 상식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부풀려진 것들이 있는가 하면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매우 평판이 좋은 사과 하나에는 평판이 좋지 않은 케이크 도넛 하나의 두 배가 넘는 당질이 들어 있지만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에서는 케이크 도넛에 미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