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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없는 한국 야생서 왕은 여우가 아니라…
김성모 기자
기사100자평(2)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3.01.14 03:01 | 수정 : 2013.01.14 08:03
무리지어 멧돼지까지 잡아먹어
'호랑이 없는 곳엔 여우가 왕'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담비가 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야생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捕食者)였던 호랑이가 자취를 감추면서 담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모피로 유명한 담비는 몸길이 55㎝(꼬리까지 약 1m)에 몸무게 2.5~3㎏ 정도 나가는 잡식동물로, 환경부가 2급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09~2012년까지 4년 동안 무선 위치추적과 무인 카메라, 배설물을 이용한 먹이 분석 등의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담비가 새끼 멧돼지는 물론 자신의 몸무게보다 3배가 넘는 10㎏짜리 고라니 성체도 사냥하는 것으로 확인돼 최상위 포식자 입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밝혔다.
남한 지역 야생에는 반달가슴곰이나 멧돼지 등 담비보다 덩치 큰 잡식성 동물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반달가슴곰은 식물성 먹이에 주로 의존하고, 육식을 해도 죽은 동물이나 작은 곤충을 주로 먹는다. 멧돼지도 식물성 먹이를 제외하면 지렁이·가재 등을 육식성 먹이로 삼고, 오소리·삵 등도 쥐·새 등 소형 동물을 주로 먹기 때문에 최상위 포식자로 보기 어렵다고 환경과학원은 설명했다.
전파발신기를 단 담비가 이동하는 모습이 무인 카메라에 포착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담비가 야생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반면 담비는 2~5마리 정도가 무리를 이뤄 다니면서 고라니 성체나 멧돼지 새끼 등을 쫓아가 사냥해 먹기 때문에 최상위 포식자에 가장 근접했다는 것이다. 환경과학원 최태영 연구사는 "담비는 합동 작전을 통해 대형동물의 눈과 귀를 집중 공격해 앞을 못 보게 한 뒤 쓰러트려 잡아먹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학원이 담비가 남긴 배설물 414점을 통해 먹이 분석을 해보니 멧돼지·고라니 등 자신보다 몸집이 큰 대형 포유류가 전체 먹이의 8.5% 정도를 차지했다. 청설모·다람쥐·산토끼 등까지 포함한 포유류 먹이는 전체의 50.6%였다. 담비 한 무리(평균 3마리)가 새끼 멧돼지나 고라니 성체를 연간 각각 9마리씩 정도 잡아먹고, 청설모는 75마리 잡아먹은 셈이다. 나머지 먹이(49.4%)는 다래·버찌·머루·감 등 식물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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