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20년 동안 일곱 권을 내 모두 330만권이 팔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64·사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전 문화재청장)가 처음으로 해외 답사기를 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창비)이다. 1권 '규슈(九州)'와 2권 '아스카(飛鳥)·나라(奈良)'가 먼저 출간됐고, 앞으로 3권 '교토(京都)', 4권 '오사카(大阪)·대마도'를 낼 예정이다. 1·2권은 선주문으로만 벌써 1만권이 팔렸다.
유 교수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한 권 분량으로 쓸 계획이 이렇게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규슈에 수학여행 간 한국 고등학생들이 유적의 유래도 모른 채 다니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책을 쓰게 됐는데, 올해 초 일본의 우경화를 보며 "아예 일본의 풍토와 역사까지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책을 쓰면서 우리가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고대사에서 일본에 문명의 빛을 전해준 것은 우리의 자랑이지요. 하지만 일본 고대 문화를 어떻게 '죄다' 한국에서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유 교수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渡來人)이 만든 문화는 어디까지나 일본 문화지 한국 문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잡혀간 도공들이 사실은 조선에서 천민으로 지내다 일본에선 사무라이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도자기가 세계에 우뚝 선 것이죠."
그는 일본에 대한 뼈아픈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옛 한반도에서 신세 진 걸 인정하고, '일본서기'와 황국사관의 역사 왜곡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경화되는 일본을 어떻게 야단칠까 고민하다가 딱 한마디만 하기로 했다고 한다. "덕(德)을 갖춰야지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일본은 섬 밖으로 나와 세계 속에서 사는 방식에 아주 미숙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