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밭에서 땀 흘리며
콩밭을 다 매고
아픈 허리를 두드리며
지친 걸음으로 엄마와 마을 앞에 들어서면
가지런한 이에 뻐드렁니 한 개처럼
옆으로 기우뚱한 우리 집.
울타리 담에 들장미 꽃 방긋 웃고
'우리 집' '우리 엄마'
부엌문에 쓴 내 낙서가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 집이 최고지?"
엄마가 빙그레 웃으시면
"우리 엄마도 최고예요."
나도 엄마 따라 빙그레 웃는다.
어느 새 아픈 허리가 다 나았다.
―전영관(1950~ )
♡ 우리 집이라는 말에는 따스함과 정겨움이 담겨 있다. 강아지가 뱅뱅 맴을 도는 마당, 엄마의 손길이 닿아 반들거리는 장독대, 채송화·맨드라미 피어 있는 자그만 꽃밭, 반찬거리로 푸성귀 심어 가꾸는 텃밭, 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가 있는 우리 집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가지런한 이에 뻐드렁니 한 개'처럼 기우뚱한 볼품없는 집이지만 아이에게는 소중하기만 한 '우리 집'이다. 그러기에 부엌문에 '우리 집' '우리 엄마'라고 쓴 것이리라. 산밭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들장미가 방긋 웃고 내가 쓴 글씨가 반갑게 맞아주는 집. 그런 집과 엄마가 아이에겐 더없는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그러기에 산밭에서 일하느라 아픈 허리도 말끔히 낫는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쉴 '우리 집'이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으리라.
(이준관 / 아동문학가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