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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 터 새 주인
어제까지 비어 있던
텃밭 흙 터에
이제 막 새 주인이 나타났다.
쏘옥 드러낸
반가운 상추 싹
며칠 동안 끙끙
이사 준비하느라
오늘
겨우 짐을 풀었나 보다.
-정혜진(1949~ )
# 텃밭에 새 주인이 나타났다. '어제까지 비어 있던/ 흙 터'에. 돈 가진 자도, 힘 있는 자도 아니다. 여리고 순한 상추 싹이다. 쏘옥, 내민 얼굴이 앙증맞다. 씨 뿌리고 얼마나 기다렸는데. 반갑다. 낑낑, 이사 오느라 힘들었지? 싹 돋음을 이사라니! 오늘에야 이삿짐 풀고 바깥세상을 내다보네. 마침내 터를 잡고 주 인이 되었구나. 여름 바다를 저어갈 주인공이다.새싹 돋는 거 언뜻 보면 그냥 그렇다. 씨 뿌려놓으면 싹이 절로 트는 걸로 생각하지만, 흙 속에서 얼마나 끙끙 앓았을까. 그러니 그 작은 터에서나마 주인이 되는 거지. 한 뼘 나의 터를 갖는 일 그리 쉽지 않다. 우리네 집 장만하고 이사하는 일만큼이나. 살아가는 것은 조그만 나의 영역을 갖는 일이다. 새싹처럼.
(박두순 동시작가 / 조선일보20200611)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 땅에 상추생명을 보전하소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