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와인지도’ 바꾼다
포도 너무 빨리 익거나 가뭄으로 수확량 급감
기후 변화로 ‘와인 생산 지도’가 바뀌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일부 지역에서는 와인 원료인 포도가 너무 빨리 익어 이상적인 단맛을 내지 못하거나, 심각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
섭씨 영하 7~10도에서 살짝 언 포도를 수확해 제조하는 아이스와인의 경우, 겨울이 돼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생산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스위스에서도 3월의 때아닌 폭설로 포도농가 피해가 우려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과 로이터 통신은 “이상기후로 프랑스, 호주 등 전통적 와인 생산지의 제조업자들이 포도 품종을 바꾸거나, 재배 지역을 옮기는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향후 15~20년 사이 와인 산업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 전통적 강자, 프랑스 타격 = 프랑스 북부 샹파뉴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은 특별한 석회암질 토양과 기후를 갖춰 세계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프랑스 정부는 다른 지역 생산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샹파뉴의 포도 재배를 특별 관리하고, 샴페인이란 명칭의 독점권을 주장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프랑스 와인 생산업자들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포도농장의 영국 이주를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HT는 뒤발 르루아, 루이 뢰데레 등 프랑스의 유명한 샴페인 회사 실무자들이 와이너리 이주를 검토하기 위해 영국 남부 켄트, 서섹스 등을 최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너무 더워진데 비해, 영국 동남부 지역은 기온이 상승해 샴페인 생산에 적절한 기후조건이 됐다는 것. 프랑스는 장기간의 무더위로 포도가 너무 숙성하고, 특히 신맛의 강도가 6년째 계속 떨어지는 등 품질 경쟁력에 위협을 받고 있다.
◆ 호주, 기온↑, 품질↓ = 호주산 와인도 온도 상승과 심각한 가뭄으로 인한 물값 상승으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 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로이터 통신은 25일 와인 재배지역으로 유명한 머리 밸리의 와인협회 관계자는 이 지역 업자들 중 40%가 포도 재배에 필요한 물값을 댈 수 없어 사업을 접었다고 전했다. 생산량도 30~40% 줄었다. 업계는 올 한 해에만 7000명의 포도주 양조업자 중 1000명이 와인업계를 떠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2030년까지 일부 와인생산 지역의 온도가 2.5도 상승하고, 품질은 23%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될 것을 우려, 전문가들은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온이 좀 더 낮은 곳으로 재배지를 옮겨가거가, 고온에 강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산 품종을 가져와 실험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호주 남동쪽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 섬, 온도가 상승해 와인재배지로 관심을 끌고 있는 뉴질랜드가 대체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 와인 비즈니스 판도 변화 = 변화하는 ‘와인 지도’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일부 와인업자들은 재배 기술 발전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5~20년 사이 와인 산업 판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프랑스 랭스경영대학원의 스티븐 차터스 교수는 IHT 인터뷰에서 “영국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기존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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