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잇단 고래 출몰… 보호대책은 걸음마
기사입력 2008-09-22 17:18
◇지난 20일 충남 홍성 천수만 갯벌에서 발견된 들쇠고래를 어민들이 보살피고 있다.
그동안 서해바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고래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면서 보호대책 마련에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22일 태안해경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9시30분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다2리 앞 갯벌에서 멸종 위기종인 길이 3.5m, 둘레 2.5m 크기의 ‘들쇠고래’ 1마리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앞서 20일 오후 9시45분쯤에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 해안에서도 길이 5m에 몸무게가 2t이 넘는 대형 들쇠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이 고래는 이날 인근 홍성군 서부면 상황리 갯벌에서 산 채로 발견됐다가 어민들의 구조작업 끝에 바다로 되돌려 보내졌었다.
또 같은 날 제주시 북촌리 포구 인근에서도 길이 1.5m가량의 새끼 들쇠고래 한 마리가 좌초됐다가 구조됐다. 지난 6일에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한백사장으로 들쇠고래 3마리가 떠밀려왔다 1마리는 죽고 2마리는 주민과 해경의 도움을 받아 바다로 되돌아갔다.
그동안 서해안에서는 고래류의 상괭이나 밍크고래 등이 종종 발견됐으나 동해나 북서태평양의 깊은 바다에 주로 사는 들쇠고래가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 들쇠고래들이 먹이를 쫓아 서해안으로 들어왔다가 수심이 얕은 연안에 좌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최석관 연구관은 “수심이 깊은 바다에 사는 들쇠고래는 간조 차가 심한 서해안에 대한 학습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좋아하는 먹이인 오징어나 고등어가 서해안에서 최근 많이 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서해안에서는 최근 수온 상승으로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난대성 어류이자 고래류의 주요 먹잇감인 멸치, 오징어, 고등어의 어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해안 지역의 고래류에 대한 보호대책은 아직 초보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서해안은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몸집이 큰 고래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동해안보다 휠씬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해양동물을 치료할 수 있도록 지정된 곳은 서울대공원, 부산 아쿠아리움 등 3곳에 불과해 서해안에서 고래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실정이다.
최 연구관은 “홍성에서 죽은 들쇠고래는 이미 노쇠한 데다 몸에 상처가 있었지만 치료받지 못했던 것 같다”며 “몸집이 큰 고래는 이송이 어려워 치료기관에서 출동해야 하나 인력이나 지원이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죽은 들쇠고래의 뱃속을 해부해 먹잇감을 따라 이동한 것이었는지를 조사한 뒤 서해안의 어장분포, 수온, 어업 행태 등을 정밀 분석해 서해안에서 최근 들어 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원인을 공식적으로 조사할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대전=임정재 기자
# 들쇠고래 서해안서 연쇄죽음 [중앙일보] | 2008.09.22 06:21 입력
21일 오전 충남 태안군 안면도 해안에서 들쇠고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길이 3.5m, 둘레 2.5m 크기의 새끼고래다. 충남 서해안 앞바다에서 죽은 들쇠고래가 떠밀려 오기는 이달 들어 6일과 20일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대공원 어경연 진료팀장은 “보통 30∼40마리씩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들쇠고래떼 중 일부가 먹잇감을 쫓아 서해안으로 왔다 길을 잃고 밀물 때 연안 갯바위 등에 좌초했다가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최석관 연구관은 “서해안의 수온이 상승해 오징어·고등어 등이 풍부해지면서 들쇠고래가 쫓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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