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1925년 한정동 글에 윤극영이 곡을 붙인 동요 '따오기'엔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설움이 서려 있다. 지난 1월 경상남도 어느 초등학교가 어린이들에게 '따오기'를 들려주고는 따오기를 그려보라 했다. 나온 것은 병아리, 참새, 비둘기들이었다. 경북대 조류연구소장 박희천 교수는 "동요로 따오기라는 이름은 알지만 1970년대 멸종돼 상상 속 새가 됐다"고 했다.
▶황새목(目) 저어새과(科)에 속하는 겨울 철새 따오기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에 서식했지만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몸 길이 76㎝가량으로 머리와 몸통은 희고 얼굴과 다리는 붉다. 밑으로 굽은 긴 부리는 검은색이고 다리는 짧은 편이다. "과아 과아" 우는 게 까마귀와 비슷하다. 60년대만 해도 2000여 마리가 겨울 하늘을 수놓았으나 1979년 판문점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뒤 사라졌다.
▶경남 창녕군이 오는 28일 열리는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따오기 복원사업을 시작한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지난 5월 기증을 약속했던 따오기 한 쌍을 17일 들여온다. 중국 산시(陝西)성 따오기번식센터에서 자라며 산란 경험이 있는 다섯 살배기들이다. 중국은 1980년대 7마리밖에 안 남은 따오기를 인공 번식으로 1000여 마리까지 늘려 국조(國鳥)처럼 대접한다.
▶창녕군은 따오기를 특별히 맞춘 상자에 넣어 전세 비행기로 날라 온다. 일본이 90년대 후반 중국에서 기증받았던 따오기 한 마리가 한 달 만에 죽었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우포늪에서 가까운 유어면 둔터마을 13가구를 이주시키고 그 자리에 따오기 사육시설도 만들었다. 800㎡에 검역동(棟), 부화동, 번식장을 갖췄다. 따오기는 중국 사육사 2명이 1년간 파견돼 돌본다. 1년에 낳는 알 6~8개 중 4개는 자연부화, 나머지는 인공부화시킬 계획이다.
▶일본은 2003년 토종 따오기가 사라졌지만 1999년 중국에게서 선물받은 한 쌍을 성공적으로 인공 번식시켜 122마리로 늘렸다. 지난달 25일 따오기의 유일한 서식지인 니가타현 사도섬에서 자란 암수 5쌍을 처음으로 야생 방사했다. 방사에 앞서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둥지를 틀도록 특수 훈련도 시켰다. 우리도 100마리가 넘게 되면 놓아줘 자연 번식을 시킬 것이라고 한다. '따옥 소리' 들어볼 날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