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영특하지만 성가신 새 까마귀와 공존의 길은
[중앙일보] 관련핫이슈[기획] Save Earth Save Us환경포탈 오픈!까마귀는 영리한 새로 꼽힙니다. 먹이 구하는 방식으로 비교한 지능지수(IQ)에서 앵무새를 앞질렀습니다. 까마귀는 막대기를 이용해 개미굴 속의 개미도 꺼내 먹습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거죠.
올해 초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양쪽에 고리가 달린 쟁반을 준비했습니다. 끈을 두 고리 사이를 통과시키고 양 끝을 까마귀 두 마리가 있는 새장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한쪽에서만 당기면 끈이 빠지고, 양쪽에서 당겨야 먹이가 담긴 쟁반이 새장 가까이 끌려오도록 했습니다. 몇 번 실패 끝에 까마귀 두 마리는 힘을 합쳐 쟁반을 당겨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영장류인 침팬지만큼이나 똑똑한 셈입니다.
매년 겨울에 찾아오는 까마귀 떼 때문에 울산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텃새인 큰부리까마귀가 아니라 시베리아에서 살다가 남쪽으로 온 떼까마귀·갈까마귀입니다. 제주도나 낙동강 하구에서 겨울을 나던 이들이 2002년 무렵부터는 매년 4만~6만 마리씩 울산을 찾습니다. 울산 지역엔 비닐하우스로 덮이지 않은 논밭이 많아 먹이를 구하기 쉽고 태화강 삼호대숲처럼 안식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진 탓도 있습니다.
까마귀의 음산한 울음소리와 배설물, 흩날리는 깃털뿐만 아니라 요즘엔 조류인플루엔자(AI) 걱정도 생겼습니다. 울산공항에선 까마귀와 비행기가 충돌하는 사고,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에도 대비해야 할 상황입니다.
원래부터 우리 민족이 까마귀를 싫어했던 것은 아닙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세 발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三足烏)가 그려져 있습니다. 신라 소지왕 전설에도 까마귀가 등장합니다. 까마귀 덕분에 거문고 갑 속의 역적을 활로 쏘아 없애고 왕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정월 보름에는 까마귀에게 약밥을 지어 공양을 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든 서식지 파괴든 까마귀의 생태를 변화시킨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만큼 까마귀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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