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뉴스] 개미굴 속 부전나비 애벌레가 '여왕대접' 받는 이유는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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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 옥스퍼드대 제공부전나비<사진>는 천적인 개미굴에 애벌레를 두고 도망을 간다. 그런데 개미는 이 애벌레를 자기 새끼인 양 아기방으로 데려가 먹이를 주며 키운다. 최근 과학자들은 나비 애벌레가 먹이를 얻어먹는 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여왕개미와 같은 대우까지 요구하는 것을 확인했다. 왜 개미들은 먹잇감에 불과한 부전나비 애벌레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것일까.
영국 옥스퍼드대의 제레미 토머스(Thomas) 박사 연구팀은 '사이언스(Science)'지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부전나비 애벌레가 천적인 개미를 속일 때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뿐 아니라 소리까지 이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미는 페로몬을 분비해 적과 동료를 구별한다. 부전나비 애벌레는 개미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페로몬을 분비해 자신이 먹잇감이 아니라 개미 애벌레로 생각하게 만든다. 화학신호를 해킹하는 것이다. 토머스 박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전나비 애벌레가 여왕개미의 소리까지 흉내 내는 것을 밝혀냈다. 개미는 숟가락으로 빨래판을 긁듯 배에 나 있는 돌기를 꼬리 부분에 문질러 소리를 낸다. 여왕개미는 몸집이 더 커서 이렇게 내는 소리가 일개미와 구별된다. 연구진은 여왕개미가 내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자 일개미들이 스피커 주위로 몰려들어 방어자세를 취하는 것을 확인했다.
부전나비 애벌레 역시 같은 소리를 냈다. 페로몬만 분비하면 개미 애벌레 중 가장 못한 대우를 받았지만, 여왕개미의 소리를 내면 먹이가 부족할 때 유모 개미들이 자기 새끼까지 죽여 먹이로 줬다.
심지어 반역행위도 일어났다. 연구진은 여왕개미와 나비 애벌레를 한곳에 두고 일개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했다. 여왕개미는 즉시 나비 애벌레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일개미들은 오히려 여왕개미를 물고 침으로 쏘면서 애벌레를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