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재선충병>'와 사투(死鬪)서 이겼다
4년새 피해 80% 줄어
세계서 유일한 성과 방제시스템 곧 수출
부산=박주영 기자 park21@chosun.com
국내 소나무의 씨를 말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기승을 부리던 '재선충(材線蟲)병'이 잡혀 가고 있다. 재선충병 퇴치는 미국·일본·캐나다·중국 등 이 병이 발생한 9개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산림청은 9일 "작년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은 10만4000그루로 2005년(56만5000그루)의 20% 이하로 감소함에 따라 11일 국내 재선충병 발원지인 부산에서 부산·강원·대구·경기·전남 등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재선충병 5년 내 완전 방제 선포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선충은 길이 1㎜가 안될 정도로 작지만 소나무 수액 이동 통로를 막기 때문에 한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해 '소나무 에이즈'로도 불린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재선충병이 발생, 전국 소나무 90% 이상이 고사했었다.
▲ 태우고… 가루로 만들고… 훈증 殺처리까지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감염 소나무를 잘라 불태우고(왼쪽), 파쇄해 가루로 만들고(가운데), 훈증 처리(오른쪽)하기도 한다.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부산시 제공
국내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은 2005년 56만5000그루를 정점으로 2006년 40만9000그루, 2007년 18만5000그루, 2008년 10만4000그루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림청은 올해도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작년엔 재선충병 피해지역이었다가 완전 방제에 성공해 '청정지역'이 된 시·군이 강원 강릉, 경남 의령, 전남 영암 등 5곳이 생겼다. 올해도 ▲경북 영천·경산 ▲전북 익산 ▲울산 동구 등 4개 지역이 '재선충병 청정지역'으로 선포됐다.
재선충병 감소 추세는 발원지인 부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988년 금정산 금정마을 주변에서 300여 그루가 발견된 이후 2005년 소나무 35만6300그루가 재선충병에 걸렸지만 작년엔 5만500그루에 그쳤다. 감염목 수가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부산 연제·수영·남구에선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가 거의 사라졌다.
소나무 재선충병 완치에는 체계적 방제가 크게 기여했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2005년 재선충병방제특별법 제정 후 57개 시·군을 158개 권역으로 세분해 권역별 항공 방제 등 맞춤형 방제를 벌였다. 재선충병 백신을 개발해 감염 지역 주변 나무들에 대대적으로 예방주사도 놓았다. 감염목은 훈증·파쇄 처리해 추가 전염도 막았다.
이 재선충병 방제시스템은 곧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다. 산림청 이명수(李明秀) 산림병해충과장은 "소나무 재선충병을 이 정도로 잡은 것은 세계에서 우리가 처음"이라며 "포르투갈 산림청에서 우리 방제시스템을 배워가겠다고 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9.02.10 03:17 / 수정 : 2009.02.10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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