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우린 훈련으로 교감을 나눴다"
신용관 기자 qq@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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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13 03:05
알렉스와 나｜이렌느 페퍼버그 지음｜박산호 옮김｜꾸리에 272쪽｜1만3000원
"알렉스의 죽음은 오로지 영장류만 할 수 있다고 생각됐던 복잡한 과제들을 배우는 삶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부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알렉스의 지능은 다섯 살 먹은 아이 정도의 지능이었고, 애석하게도 그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상태였다."
2007년 9월 '알렉스'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가 31세 나이로 죽었다. 위의 글은 유명한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알렉스 부고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 앵무새는 두 살 유아 수준의 감정 표현력과 다섯 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TV와 신문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우리 말 중에 속된 말로 '새대가리'라는 표현이 있지만, 영어에서도 'bird brain'(새의 뇌)은 '바보'를 뜻한다. 알렉스의 뇌를 비롯, 조류의 뇌는 보통 호두알만큼 작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새에게 언어나 의식, 혹은 인간 지능과 닮은 잠재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스는 100개의 영어 단어를 알았고, 50개의 물건과 일곱 가지 색깔의 이름을 구별할 줄 알았다. 6까지 셀 수 있었고, 어떤 색깔의 물체가 더 크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앵무새 ‘알렉스’가 이렌느 페퍼버그 박사와 함께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다./꾸리에 제공 저자 이렌느 페퍼버그는 MIT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화학자의 길을 걷던 중 침팬지의 수화 능력을 보고 충격을 받아 당시로선 낯선 영역이었던 동물 인지과학의 길로 들어섰다. "동물과 의사소통하는 인간, 혹은 동물들이 서로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사람들이 내게는 기적처럼 보였다."
결국 이렌느는 1977년 인간의 말을 가장 잘 알아듣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를 연구하기로 하고 한 살짜리 새를 애완동물 가게에서 구한다. 이렌느는 앵무새가 단지 소리를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했다. 수백 번 같은 훈련을 반복하고, 확인한 사실을 설득력 있게 논증하려 했다.
하지만 학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학 부설 연구실에 단기간 자리를 잡기도 했지만 상당 기간 실업자에 연구비도 없어 실업보험금으로 생활하고,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일주일 동안 두부를 14개씩 먹기도 했다. 겨울에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온도 조절장치로 실내온도를 14도에 맞추고 생활했다.
이 책은 30년에 걸친 저자와 앵무새 알렉스와의 교감의 기록이다. 동물 지능에 대한 편견과의 싸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저자가 동물의 지적 능력을 과대평가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내가 진심을 다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물은 주류 과학계에서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처럼 지각과 감성이 없는 자동로봇보다는 훨씬 더 뛰어난 존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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