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조상은 애완용 아닌 '식용' 늑대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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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11 03:02
유전자 분석 추적 결과 중국 남부서 첫 가축화
"인류의 오랜 동반자인 개를 어떻게…." 전 세계의 동물 보호론자들이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공격할 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논리로 '개를 먹는' 문화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늘날 전 세계의 모든 개는 오래전 중국 양쯔강 이남에 정착한 인류가 식용(食用)으로 기르기 시작한 늑대들의 후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늑대가 개의 조상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늑대의 '가축화'가 처음 일어났는지는 과학계의 수수께끼였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과 중국 쿤밍(昆明) 동물학연구소는 개의 기원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개 1700여 마리와 늑대 40여 마리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개의 혈통을 추적했다.
그 결과 최초의 개는 지금으로부터 1만1500~1만6300년 전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 벼농사를 시작한 인류가 길들인 늑대 수백 마리였고 이들은 식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엔 모계를 통해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mtDNA) 분석 방법이 활용됐다. 개는 모두 10개 하플로그룹(같은 'mtDNA' 유전자형을 가진 집단)으로 분류되는데 연구에 따르면 이 10개 하플로그룹이 모두 존재하는 지역은 중국 양쯔강 이남이 유일했다. 이곳으로부터 먼 지역일수록 발견되는 하플로그룹의 수는 뚜렷하게 감소했다. 이는 중국 남부가 개의 발상지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생명과학과의 페테르 사볼라이넨(Savolainen) 박사는 8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개의 선조들이 스스로 인류의 가축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간이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늑대들이 자연스럽게 인간과 가까워졌으며, 인류는 이 늑대들을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남부 지역에는 지금까지도 개를 잡아먹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 지역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개의 뼈들엔 칼자국 등 잡아먹힌 흔적이 남아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발행하는 과학 저널 '분자 생물학과 진화학' 인터넷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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