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관·청계천문화관장 내가 근무하는 청계천문화관 앞은 철새보호구역이다.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수많은 동식물이 돌아왔고, 심지어 바다 갈매기까지 볼 수 있다. 이젠 청계천을 걷노라면 한강에서 올라온 큼지막한 잉어와 붕어는 물론이고 작은 물고기와 치어떼들이 유유히 물속에서 노니는 모습도 쉽게 보게 된다.
오리 가족들과 함께 새하얀 학 한 마리가 청계천 물가에 자리를 잡았다. 한여름에 어미를 따라다니던 어린 학이 어느새 혼자서 다닌다. 이젠 어미로부터 독립한 것 같다. 나는 이 학을 보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청계천으로 나간다. 무사히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디쯤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지 그 모습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아직은 작고 어린 녀석이 여울목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도 있으려니와 고놈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고 쭉 뻗은 가는 다리를 물속에 담근 채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어린 학의 모습은 정말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학의 모습은 그 길쭉한 다리로 인해 더 돋보인다. 학의 다리가 너무 멋져서였는지, 그 다리를 가지고 싶은 인간의 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을 최근에 보았다. 학의 긴 다리뼈에 학의 모습을 새기고 젓가락으로 만든 것이다. 서울의 한 상점에서 불과 100년 전에 한국 특산품으로 만들어 외국인에게 팔았던 것이다. 꽤 유명했는지 '한국명산'이라고 새겨놓기까지 했다.
인간의 헛된 욕망으로 인해 젓가락의 재료가 되어 사라진 학을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요즘 내가 벗하고 있는 작고 어린 학이 인간의 욕망과 무절제한 도시화에 다시금 희생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