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차학봉 특파원 hbch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사100자평(2)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요즘 싸이 공감 잇글링 조선블로그 MSN 메신저스크랩메일인쇄입력 : 2011.04.04 03:01
日 기적의 개… "생명력 강한 잡종이라 생존"
'3·11 대지진' 발생 3주 만에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개 한 마리가 극적으로 구출됐다. 사람이 구조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인들은 오랜만에 날아온 구조소식에 기적이 일어났다며 반기고 있다. 자위대와 미군 병력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달 20일 80대 할머니와 16세 소년 등 2명이 구출된 후 새로운 구조소식은 전무했다.
헬리콥터로 해상 수색 작업을 벌이던 일본 해상구조대는 1일 오후 2시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 2㎞ 해상에서 주택 지붕 위에 웅크리고 있던 짙은 갈색의 개를 발견했다. 이날 구조된 개는 70㎝ 정도 크기의 잡종 암컷이다. '바다의 원숭이'란 별명을 지닌 해상구조대원들이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이 개에게 접근했다. 대원들이 개를 잡으려는 순간 겁을 먹은 개는 주변에 떠다니는 다른 부유물 쪽으로 가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다. 결국 보트까지 동원된 수색작업 끝에 개는 무사히 구출됐다.
▲ 일본 해상구조대원이 지난 1일 오후 2시 게센누마(氣仙沼)시 2㎞ 밖 해상에서 건물 지붕 잔해에 의지해 떠다니던 개를 구조하고 있다. 대원들은 이날 헬리콥터로 해상 수색 작업을 벌이던 중 부유물 위에 웅크리고 있던 개를 발견해 구조했다. /AP 연합뉴스자위대원들은 2일 오후 시오가마(塩釜)항으로 귀환해 개를 동물보호센터에 인도했다. 수십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항구에 내린 개는 오랜만에 육지를 밟자 안심이 되는지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다.
동물보호센터측은 이 개가 "3주간 바다 위에 있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별로 야위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했다. 미야기현 수의사협회 다카하시 쇼이치(高橋勝一) 사무국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는 물만 있으면 2주 이상 버틸 수 있지만 이런 가혹한 조건에서 3주를 견딘 것은 기적"이라며 "생명력이 강한 잡종이었다는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이후 해상에 자주 내린 눈을 먹고 버틴 것 같다", "부유물 중에 음식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 표류한 것은 며칠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자위대와 미군은 1~3일 2만5000여명의 병력과 함정 60척, 항공기 120대가 참여하는 대대적인 해상 수색작업을 벌였다. 자위대는 지진발생 3주가 지났기 때문에 4일 이후에는 수색작업 규모를 일부 축소하고 복구작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