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가리라고 놀리지마!”…나는 숫자를 아는 비둘기
비둘기의 수 세는 능력은 원숭이와 비슷…뉴질랜드 오타고대 심리학과 연구
2011년 12월 26일
실험을 통해 비둘기는 1~9까지 수를 구분하고 이를 정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Damian Scarf
물건이 많고 적음을 구분하는 능력은 인간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 둘, 셋을 구분하고 이를 정렬하는 능력은 벌과 침팬지, 원숭이 등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동물이 양과 숫자를 인지하고 이를 순서대로 정렬할 수 있음을 증명한 가장 기념비적인 실험은 1998년 ‘사이언스’에 실린 벵골 원숭이의 사례다. 심리학자인 브레넌과 테라스는 벵골 원숭이에게 1~4개의 도형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고 도형이 그려진 개수대로 카드를 정렬하도록 교육시켰다. 예를 들어 도형 한 개는 두 개보다 작고, 두 개는 세 개보다 작다는 식이다.
그 결과 원숭이는 훈련받은 1~4를 벗어나 5~9까지도 구분해 냈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간단한 수학적 규칙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두 개의 카드를 동시에 뽑아 보여줄 때는 둘의 수 차이가 클수록 더 잘 정렬했다.
이러한 능력은 원숭이를 비롯한 영장류에게만 있을까.
뉴질랜드 오타고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조류인 비둘기에게도 이러한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벵골 원숭이에게 했던 동일한 실험을 비둘기에게 실시했다. 그 결과 비둘기도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훈련받았던 1~3개를 벗어나 4~9까지도 구분하고 이를 정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와 비둘기의 이러한 관련성은 수렴진화를 뜻할 수 있다. 수렴진화란 계통적으로 조상은 다르지만 유사한 기능이나 형질이 나타나 진화한 형태를 말한다. 또는 수를 비교하는 능력 자체가 같은 조상에서 유래된 특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런 기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번 실험 결과는 새가 원숭이 못지않게 정량을 구분하고 그 크기를 정렬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점 때문에 새 지능의 위상은 지금보다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타고대 연구진의 결과는 ‘사이언스’ 23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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