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기자 junpark@chosunbiz.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기사100자평(0)입력 : 2012.02.01 03:54
972조 시장 水처리 산업… '푸른 황금' 시대 열리다
해수 담수화 플랜트서 물 생산… 사막 도시 두바이 곳곳에 잔디
동남아 국가들 경제발전하며 하수 처리시설 발주도 늘어
"물 시장 선점하자" 유럽 선두로 글로벌 경쟁 치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는 둘 다 사막에 만들어진 도시다. 라스베이거스는 생존하는 데 필수요소인 물을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에 있는 세계 최대의 인공호수인 미드(Mead)호수에서 끌어다 쓴다.
하지만 '중동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두바이는 주변에 거대한 호수가 없다. 비도 거의 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두바이 도심 곳곳엔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도로 주변엔 가로수가 자란다. 사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비결은 바닷물(해수·海水)을 소금기가 없는 물(담수·淡水)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술에 있다. 두산중공업 등이 아랍에미리트 동부에 있는 후자이라 지역에 만든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선 매일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물을 만들어낸다.
▲ 두산중공업이 2004년 완공한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발전담수 플랜트 전경. 이곳은 하루에 바닷물 50만t을 식수로 바꿔 160만명에게 공급한다. /두산중공업 제공물 부족을 겪는 중국도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연구기관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해수담수화 시장은 2007년 120억달러(약 13조4880억원·1월 30일 기준)에서 2025년 440억달러(약 49조456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또 베트남 하노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하수 처리시장이 같은 기간에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물'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관련 산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푸른 황금' 시대 개막
물 산업은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서 쓸 수 있는 물을 생산해 공급하고 이미 사용한 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아우른다. 크게 해수담수화, 상·하수, 공업용수 처리 등으로 구분된다.
유엔은 물 사용량이 인구 증가속도보다 1.5배 빨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30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을 전망이다.
물은 대체재가 없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수요가 계속 늘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질 전망이다. 석유가 '블랙 골드(black gold·검은 황금)'로 불리었던 것에 빗대어 물 산업은 '블루 골드(blue gold·푸른 황금)'로 불린다.
GWI 분석에 따르면 해수담수화, 상·하수 등을 포함한 세계 물 시장은 연평균 6.5%씩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는 2007년 3620억달러(약 406조8880억원)에서 2025년에는 8650억달러(약 972조26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환경 개선·물 부족 동시 해결
베트남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호찌민시(市)를 관통하는 사이공강은 검붉은 색을 띠고 있다. 진흙이 빗물에 떠내려온 탓도 있고,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생활하수를 그대로 강물에 버리기 때문이다. 수질 오염을 우려한 베트남 빈증성 상하수도국은 지난해 하수처리시설 공사를 발주했다. 이 공사를 진행중인 코오롱글로벌의 박찬호 현장소장은 "베트남은 아직도 많은 지역에 하수처리 시설이 부족하다"며 "베트남·태국·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서 환경 관련 기반시설 발주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물 산업은 생활하수를 처리해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동시에 물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월 '해수이용 기술혁신포럼'을 발족했다. 중허(衆和) 해수담수화 유한공사 등 20개 연구소와 기업으로 구성된 이 포럼은 해수이용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방안을 모색한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담수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1인당 물 자원량이 세계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670개 도시 중 400여개 도시가 물 부족난을 겪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박문진 전문연구원은 "베이징·톈진·칭다오 등의 물 부족현상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라며 "중국은 2005년부터 '해수이용 전용계획'을 마련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 시장 선점 위한 글로벌 경쟁
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에서 수도(水道) 사업을 운영하는 민간기업은 지난 1999년 70개에서 2009년 157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물 산업은 프랑스 베올리아(Veolia)·수에즈(Suez), 스페인 아그바(Agbar), 독일 RWE 등 유럽 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는 수도 사업을 민간 기업에 위탁하거나 민영화했기 때문에 자국에서 실적을 쌓은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기업들이 물 시장에서 급성장하면 세계 20대 물 기업 리스트에 6개가 포함됐다.
두산중공업의 서강철 차장은 "국내 업체들은 물 인프라 설계와 건설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최근엔 발주처들이 시설 운영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시공부터 운영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