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치와 ‘나비효과’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입력 : 2007.12.02 22:54 Url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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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나비효과’라는 영화가 있다. 어린 시절 일어난 작은 사건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주제로 한 영화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다행스럽게도 특수한 능력이 있어서 그 시절로 돌아가 원인이 되었던 사건을 바로잡으려 한다. 나비효과는 원래 지구 한편에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반대편에는 태풍과도 같은 큰 결과가 되어 나타난다는 과학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요사이 경제학계나 경영학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카오스이론’이나 ‘복잡계’도 여기서부터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결과를 바꾸기 위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원인이 되는 사건을 바꾸고 또 결과도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한 사람의 인생보다도 한 국가의 운명에 있어서 나타나는 나비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나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서 우리는 그 동안 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영화처럼 한 번이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문제의 근원을 바로잡아 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는지도 모른다.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를 잘못 뽑아서 생기는 나비효과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대신 몇몇 정책에 있어서의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첫 번째 사례는 1996년부터 시행된 ‘간이과세제도’이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중소 상인의 납세 편의를 도모한다면서 도입된 이 제도는 그후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연간 매출이 1억5000만원이 안 되는 자영업자들에게 매출만 신고하도록 해줌으로써 탈세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매입 자료를 신고하지 않으면 매출의 근거가 없어짐으로써 매출 역시 줄여서 신고하기가 쉬워지고 나아가 탈세가 훨씬 쉬워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편 간이과세자에 속하고자 1억 5000만원이 넘는 업자들까지 최대한 매출을 줄여서 간이과세자가 되고자 노력하는 등 탈세 풍조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다행히 이 제도는 시행 4년 만인 2000년 7월부터 폐지되었다. 그러나 정치 논리로 잘못 탄생한 제도가 실시된 지 4년이나 지나서야 폐지됨으로써 이 기간 동안 조장된 탈세의 폭과 깊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두 번째 사례는 부동산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두 번의 부동산 버블을 경험했다. 한 번은 1987년에서 1991년 봄까지이고, 다른 하나는 2002년 여름에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버블은 소위 3저 호황에 의한 해외 부문 통화량 급증에 대해 통화당국이 엄격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해외로부터 유입된 유동성이 떠돌아다니면서 부동산 버블을 일으켰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편 2002년 이후 지금까지의 부동산 버블은 2001년 이후의 초저금리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시 엄청난 논란의 대상이었던 금리 인상을 단행했더라면 아마도 우리가 지금 힘들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동산문제는 상당 부분 약하게 나타났을 것이다.
만일 하나의 선택으로부터 발생할 결과를 제대로 예측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또 다른 나비효과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지금의 부동산 버블이 저금리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지금처럼 부동산을 잡겠다고 종합부동산세를 몇 배씩 늘리고 양도소득세도 중과하는 등 세금을 쏟아 붓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얼마 안 있어 우리는 대통령을 선택하게 되고 또 새 정부를 맞게 된다. 이런 선택들이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엄청난 나비효과를 만들어 낼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새 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수많은 정책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나비효과를 감안한 올바른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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