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조영주… "그 사람이 그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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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밤 서울중앙지검에서 중계기 납품업체로부터 25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 등으로 조영주 전 KTF사장을 구속, 검찰로 ... /뉴시스1 of 7"조영주 사장이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인물이었다니, 솔직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KTF의 한 임원이 조영주 KTF 전(前) 사장이 이동통신 중계기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되자,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며 밝힌 소감이다. 평소 '신사'로 소문난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 전 사장은 KT그룹 내에서 '차기 KT 사장 후보'로 거론될 만큼 신망이 높았고 대외적으로도 두루두루 평판이 좋았다. 때문에 KTF 안팎에서 그가 거액의 뇌물을 받아 축재(蓄財)를 했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심지어 경쟁사인 SK텔레콤 직원들조차 조 전 사장의 부정 축재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KTF 일부 임·직원은 조 전 사장에 대한 심한 배신감으로 인해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만 놓고 본다면, 조 전 사장의 죄질은 '지극히 불량'하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나 검찰 쪽에선 "조 전 사장이 두루두루 평판이 좋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죄질이 극히 불량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조 전 사장이 중계기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24억원의 뒷돈을 받는 과정에서 부인과 처남 등 가족이 대거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것도 정상 참작의 여지를 줄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2006년 9월 비씨엔이글로발의 실질적 운영자인 전모(구속)씨에게 자신의 누나 등 가족에게 생활비를 주라고 요청했다. 전씨는 조 전 사장의 누나에게 4128만원을 직접 송금했고, 조 전 사장의 처남 둘에게는 각각 4억4100만원과 1억8000만원을 보내줬다. 또 조 전 사장의 부인 이모씨도 납품업체가 보내준 돈을 직접 인출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검찰이 부인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지난해 5월 14일 전씨로부터 500만원 자기앞수표로 200장(10억원)을 받은 뒤 금융기관에 입금했다 수차례에 걸쳐 현금 형태로 찾은 사실도 확인했다. 또 조 전 사장은 전씨로부터 차명계좌 3개를 통해 7억3800만원을 44차례에 걸쳐 나눠 받았다. 한 차례 송금액은 대부분 1400만원에서 2000만원 미만이었다. 2000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가 빈번한 계좌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추적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조 전 사장이 휴대전화 대리점에 지급하는 보조금 등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고 광주광역시 KTF마케팅본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보조금을 실제로 지급되는 액수보다 많이 지급하는 것처럼 회계처리하고 돈을 돌려받는 '꺾기 수법'을 통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하지만 KTF 내부에선 조 전 사장이 오직 개인적인 치부를 위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가 참여정부 인사 등 구(舊) 여권에 전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의견인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조 전 사장과 고등학교(대구 계성고) 동문 관계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이름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조 전 사장의 부인이나 처남의 개입 사실까지 공개하고 "배후를 밝히지 않으면 KTF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압박하는 것은 결국 구 여권 인사들의 연루설을 확인하기 위한 검찰의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조 전 사장은 현재 정치권에 대한 로비 자금 제공설에 대해선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