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NYtimes방사능을 누출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핵 재앙을 막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50인의 기술자는 누구인가.
뉴욕 타임스는 15일 "사고 원전의 최후 지킴이: 50인의 일본인 근로자들" 제하의 기사에서 이들이 처한 환경을 1986년 핵 재앙을 일으킨 체르노빌 원전 마지막 근로자들의 상황에 비교해서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
"소수의 기술자들이 방사능과 화재의 위험을 무릅쓰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 남아있다. 이들은 핵 재앙을 저지할 일본의 최후 전사들일지 모른다. 이들은 칠흑의 어둠 속에서 손전등에 의존해 핵시설의 미로를 더듬고 있다. 이들은 손상된 원자로에서 나오는 수소가스가 공기와 접촉해 점화하면서 내는 주기적인 폭발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불편한 호흡기를 사용하거나 무거운 산소통을 지고 있다. 이들은 후드가 달 전신 방호복을 입고 있다. 이 방호복은 보이지 않는 방사선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들은 핵 사고를 낸 후쿠시마 제1원전에 마지막까지 남은 얼굴없고 이름없는 50인이다. 이들은 자원했거나 현장 사수를 명령받은 기술자들이다. 이들의 임무는 이미 부분적으로는 녹아서 방사성 물질을 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노출된 핵 연료봉에 바닷물을 주입해 전면적인 노심용융을 저지하는 일이다. 노심용융은 수천t의 방사능 먼지를 대기로 쏟아내어 수백만 주민을 위협할 수 있다.
도쿄전력은 16일 여러 원자로에서 발생한 화재 등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보다 많은 희생을 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받고 있다. 일본 보건후생성은 15일 원전기술자의 피폭방사선량 법정 한도를 100밀리시버트(mSv:방사선량 단위)에서 250mSv로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원전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최대 피폭방사선량의 5배이다.
이는 기술자들이 현장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건후생성은 밝혔다. 고미야마 요코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고려하면 피폭 방사선량을 이 이상 올리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근로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피폭 환경에 있어야 하는지 등 근로자 문제에 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이 밝힌 몇 안 되는 사실만으로도 전망은 어둡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 이후 원전근로자 5명이 숨졌고, 22명은 여러 이유들로 부상했다. 2명은 실종됐다. 한 근로자는 가슴통증을 호소한 후 입원했다. 그는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손상된 원자로 부근에서 방사선을 쏘인 뒤 치료를 받고 있다. 11명은 3호 원자로에서 발생한 수소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원자로 운용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소반대원이나 군특수부대처럼 강한 유대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원자로에서의 점심시간 대화는 종종 누가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가라는 얘기로 마무리된다.
원전 근로자들은 사고발생시 자신의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기 전에 가족들에게 도망가라고 경고하곤 한다고 13년 동안 미국의 3개 원전에서 고위 운용자를 지낸 마이클 프리드랜더는 말했다.
그는 "이들은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지만, 시설에 남아있을 의무가 있다”면서 “이들과 함께 훈련하고 오랫동안 교대근무를 하다보면 충성심과 동료애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연적인 유대에 더해, 일본의 원전 직업은 일체감과 복종심을 부여하고, 뜨거운 헌신을 고무하고 있다. 오랜 경제난이 많은 일본인들이 갖고 있던 종신고용 기대심을 잠식했지만 원전 작업장은 강한 유대감의 원천으로 남아있다. 프리드랜더는 만일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나서 극도로 위험한 환경에서 모든 사람이 철수하더라도 50명 정도의 지원자는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개인은 조직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후쿠시마 원전 운용자들은 특수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15일 방사능 수치가 올라가자 원전에서 750명을 철수시키고 50명을 남도록 했다. 비교해 보면, 후쿠시마 원전 내 3개 제너럴 일렉트릭 원자로의 표준근무인력은 원자로마다 감독자를 포함해 10~12명이다. 이는 원전에 남아있는 50명이 평일 근무인원과 비슷함을 뜻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방사능 오염의 정도로 보아 체르노빌 원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의 이 원전은 1986년 폭발해 10일 동안 거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을 대기에 분출했다. 하지만 원전 근로자들은 유대감을 갖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의 근로자와 소방대원 가운데 많은 사람이 원자로의 화재를 진압하려고 시도했고, 그 다음에는 원자로를 땅 속에 묻는 작업을 수행했다. 물론 모든 작업자들이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에 관해 설명을 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당시 3시간 이내에 28명이 방사능에 노출돼 숨졌다. 또 적어도 19명은 방사능 피폭에 의한 피부 화상에 따른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유엔의 한 과학위원회 보고서가 최근 밝혔다. 그리고 다른 106명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백혈구수치 감소 등 방사능 병을 앓았다. 이 병을 앓은 사람들은 후일 백내장, 백혈병과 다른 혈액암에 의한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체르노빌 근로자들 가운데 일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측정된 것보다 훨씬 높은 방사능 수치에 노출됐다. 특히 원자로에서 분출되는 방사성 연기 속을 통과하면서 진화제를 투하하는 헬리콥터 조종사들은 그랬다.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내부의 폭발과 4호기의 화재가 발생한 후 원전 근처의 방사능은 시간당 400mSv까지 올라갔으나 나중에 원전 입구에서 0.6mSv까지 떨어졌다. 도쿄원전과 일본 당국은 엔지니어들이 지진과 쓰나미로 손상된 전기장치와 펌프 등을 고치려고 필사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건물내부의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핵 전문가들은 이 봉쇄된 건물들은 방사능이 원전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건물내부의 방사능 수치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전은 크게 오염돼 있어 근로자들이 일정 시간 이상을 작업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전문가의 핵 비상 절차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원전의 가장 손상된 부분에 교대로 들어간다.
어떤 경우에는, 원전의 고방사능 구역에서 작업할 때 근로자들은 나란히 줄을 선 채 수분 간격으로 임무를 교대한다고 고베 대학의 전 도시안전센터 교수인 이시바시 가츠히코는 말했다.
도쿄전력은 기술자 50명의 이름과 정보는 물론이고 이들의 건강을 위한 의무 조치에 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원자로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는 자위대원, 경찰, 소방대원도 포함돼 있다.
소련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체르노빌 지역을 청소하기 위해 각 공화국에 동원 인력을 배정했다.
"소련은 당시 체르노빌원전 주변에 흩어진 오염 물질을 수거하고 석관을 조성하기 위해 60만명을 동원했다"고 밴더빌트 의과대학 교수이자 메릴랜드주 록빌 소재 국제유행병학연구소의 과학국장인 존 보이스 박사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