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간(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사용하는 총에 새겨진 일련번호 같은 숫자와 문자가 성경 구절을 가리키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미 ABC 방송은 트리지콘(Trijicon)이라는 군수회사가 소총 가늠자에 성경을 암호처럼 새겨 왔다고 18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아프간 전쟁이 십자군 전쟁 같은 종교 전쟁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미군 관계자는 ABC 보도에 대해 "업체의 단독 소행이며 우리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트리지콘이 성경을 새기는 방식은 교묘했다. 앞부분 알파벳은 성경의 특정 권(卷)을, 뒷부분은 장(章)과 절(節)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COR4:6'은 '어두운 데에 빛이 비치라 말씀하셨던 그 하나님께서…'라는 내용의 고린도 후서(2 Corinthian) 4장 6절을 뜻한다. 'JN8:12'는 요한복음(John) 8장 12절이다.
트리지콘 톰 먼슨(Munson) 마케팅 팀장은 ABC 인터뷰에서 "창업주의 신념에 따라 늘 성경 구절을 무기에 새겨 왔다"며 "위법 행위는 아니다"라고 했다. 트리지콘은 현재 미군과 6억6000만달러어치의 무기 부품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회사가 미군에 보급한 무기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ABC는 "(성경 구절 존재를 확인한) 한 종류 소총만 80만정 이상 배포된 상태"라고 전했다. '군 종교자유 협회'의 마이클 웨인슈타인(Weinstein) 회장은 "국가가 수행하는 전쟁에 소요되는 무기에 성경을 새기는 행위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미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병군인 사이에 '이 무기는 예수에 의해 영적으로 개조됐다'는 소문이 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 조직이 이 사실을 알면 '예수 총'에 맞아 죽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