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계절 분위기 물씬 풍기는 소설 한 편을 알게 됐다. 터키의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의 『당나귀는 당나귀답게』(푸른숲·사진)란 동화집에 실린 ‘거세된 황소가 우두머리로 뽑힌 사연’이란 우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숲 속 동물들이 우두머리를 뽑기로 했다. 동물의 왕 사자가 맨 먼저 후보로 등록했다. 라이벌 호랑이도 후보로 나섰다. 이 둘은 틈만 나면 서로 헐뜯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두 후보는 상대방 말고는 누가 선출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두 후보는 물소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두 후보 모두 느려터진 물소는 쉽게 물리칠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물소가 출마를 선언하자 이번엔 물소의 라이벌 하마가 들고일어났다. 물소와 하마는 싸움을 벌였고, 물소의 경우처럼 만만한 곰이 다음 후보가 됐다. 그러자 곰의 라이벌 멧돼지가 선거에 뛰어들었고, 이어 당나귀와 말, 낙타와 기린 … 개와 고양이 순으로 너도나도 후보가 됐다. 이윽고 거세된 황소만 남았다. 누구도 거세된 황소는 적으로 여기지 않았고 황소는 손쉽게 선거를 이겼다. 동물들은 이 일이 수치스런 역사였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