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전 죽은 개 때문에…
日후생성 前차관 살해한 용의자 자수
"어릴 적 애완견 죽인데 대한 보복" 주장
도쿄=선우정 특파원 su@chosun.com
▲ 23일 일본 후생노동성 전 차관 부부를 살해하고, 다른 전 차관의 부인에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고이즈미 다케시(왼쪽에서 세 번째)가 도쿄 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 다. 고이즈미는“34년 전 보건소가 기르던 개를 도살해 화가 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FP 연합뉴스"개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3명이나?"
지난 18일 일본에서 발생한 전직 후생노동성 차관 연쇄 살해사건의 용의자가 사건 닷새 만인 22일 밤 자수했다. 그런데 이 용의자가 경찰에서 '34년 전 보건소가 살(殺)처분한 개 때문에 사건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일본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하고 있다. 보건소는 후생노동성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다케시(小泉毅·46) 용의자는 경찰 출두 직후 범행 동기에 대해 "보건소가 애완동물을 죽여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출두 직전인 22일 오후 7시 민영방송 TBS 홈페이지에 '이번 궐기는 연금 테러가 아니라 34년 전 보건소가 가족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전 후생차관 자택 습격사건'이란 제목의 댓글에서 '그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 애완동물을 지금도 매년 50만 마리 이상 죽이고 있다. 헛된 살생을 중단하라'고 썼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용의자 아버지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 키우던 흰둥이가 병으로 죽고, 누렁이 들개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누렁이가 우리 과자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으르렁거렸다. 아들에겐 말하지 않고 보건소에 맡겨 처분했다.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용의자 아버지는 자택을 찾아간 기자들 앞에서 "존귀한 목숨을 앗아가다니. '스스로 할복해 뻔뻔한 삶을 살지 말라'고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정말로 죄송하다. 내 목숨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전직 후생성 차관 2명의 집을 연쇄적으로 침입해 같은 날 오전엔 전직 차관 부부를 칼로 살해하고 오후엔 다른 전직 차관의 부인을 역시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전직 차관 2명은 재직시 연금제도 개혁을 주도했기 때문에 그동안 일본 언론은 '연금문제에 불만을 품은 테러'로 예측했다.
일본 경찰은 고이즈미 용의자가 출두할 때 타고 온 소형 렌터카에서 피가 묻은 33㎝짜리 서바이벌 나이프를 발견해 유전자 감식을 했고, 함께 발견된 운동화는 범행 현장에 남은 족적(足跡)과 대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