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임도혁 기자 dh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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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1.11 02:52
▲ 박민지양. 박민지양 장기기증하고 영면
평소 가난·질병 내색 않고 소아마비 아버지 보살펴
뇌사 상태에 빠진 여고생이 장기 기증을 통해 일곱 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10일 충북 제천 디지털전자고교에 따르면 2학년 박민지(17)양은 지난 8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통해 각막·간·신장·심장판막 등의 장기를 다른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영면했다.
박양이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은 뇌혈관 기형이란 희귀병 때문. 뇌의 혈류가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동맥에서 곧바로 정맥으로 흐르는 선천성 혈관 기형이다.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혈관과 동맥압으로 인해 뇌출혈 등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박양을 평생 괴롭혀 왔다.
박양은 지난 6일 오후 집에서 두통을 호소하며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아빠, 내가 이렇게 아프면 안 되는데, 아빠한테 너무 미안한데…"라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박양은 바로 제천시내 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상태가 악화돼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끝내 일어나지 못한 채 이틀 뒤인 8일 최종 뇌사판정을 받았다. 박양은 이전에도 이 병으로 이미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었다.
박양은 세살 때 뇌종양으로 어머니를 잃은 이후 어린 나이에 할머니(77)와 소아마비를 앓는 아버지(50), 남동생(15)을 보살피며 집과 학교에서 부지런하게 생활해 왔다. 가족이 마땅히 소득도 없어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으로 어렵게 생활해야 했다. 그럼에도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와 함께 수시로 지역 장애인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해왔다.
박양의 장기 기증은 아버지의 결단에 따른 것이었다. "가난과 질병에 힘들 법했지만 잘 내색하지 않고 늘 웃으려 애썼어요. 자신 덕분에 일곱 명씩이나 새 삶을 누리게 된 것을 알면 착한 우리 딸도 아마 무척 좋아할 겁니다."
박양 장례식은 아버지 뜻에 따라 조의금도 받지 않고 천주교회 신도 등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10일 아침 제천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한 박양은 먼저 간 어머니의 산소에 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