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13 05:54 서울대 연구원 "스트레스 받으면 같은 種 해치는 습성 이용"
"동물 학대 행위" 반발도 농작물을 마구 먹어치우며 전국으로 확산, 농촌에서 공적 1호가 된 동물을 퇴치하는 방법에도 인도주의가 필요한 것일까. '괴물쥐'로 불리는 뉴트리아〈사진〉의 확산으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연구원이 내놓은 기발한 퇴치법을 놓고 동물애호단체가 '비인도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 용환율 책임연구원이 강원지역 한 일간지에 게재한 기고문이었다. '뉴트리아로부터 습지생태환경 보호'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용 연구원은 "덫으로 생포한 뉴트리아를 마취해서 항문을 봉한 뒤 풀어주자"는 흥미로운 퇴치법을 제안했다. 그는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같은 종을 해치는 습성(카니발리즘)이 있는데 배변이 불가능해진 뉴트리아는 변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굴 구석구석을 다니며 어린 새끼들부터 없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방법은) 골프채로 때려잡는 방법보다 덜 잔인하며 항문을 꿰맨 뉴트리아가 1~2개월은 더 살 수 있어 멸종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제안에 대해 시민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뉴트리아를 도살해야 할 경우에는 약물, 총살, 생포용 덫 등 최대한 인도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대에 시정 조치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용 책임연구원은 "수렵만으로는 부분적인 제거 외에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뉴트리아 퇴치를 위해서는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번식 고리를 끊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트리아 퇴치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하루에 2~2.5㎏의 식물을 먹어치우며 습지를 황폐화하고 농작물에까지 피해를 주는 뉴트리아는 2009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이후 5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퇴치 전담반을 가동하고 마리당 1만5000~3만원의 포상금까지 지급하고 있지만 뉴트리아는 초기 서식지인 낙동강 유역을 넘어 남한강 상류와 제주도까지 퍼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