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앞 지나가는데
언제나 톡톡 끼어드는 그 녀석이
"하마야." 하고 날 부른다
큰 입 오므리며 째려보았다
듣기 좋은 걸로 별명 좀
지어 주면 정말 멋지잖아
큰 꿈을 가지고 있으니
'씨앗'도 좋을 테고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웃으니
'들꽃'이라 해도 되잖아
얼굴 검은 녀석에게
'탄 감자'라고 소리치려다
꾹 참았다
무엇이든지 묻는 대로 척척 대답하는
그 녀석에게 대답했다
"왜? 척척박사야!"
―이묘신(1967~ )
+ 학창 시절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은 가물가물 떠오르지 않아도 별명은 생생히 떠오르는 게 참 신기하다. 선생님들 별명 또한 그렇다. 중학교 때 수학선생님은 별명이 '대뿌리'였다. 대나무 뿌리를 갖고 수업에 들어오셨는데 보기만 해도 겁이 나는 대뿌리에 날고 기는 악동들도 꼼짝 못했던 기억이 난다. 별명은 대체로 짓궂은 게 많아서 친구가 별명을 부르고 약을 올리면 똑같이 별명을 부르며 맞불을 놓곤 했다.
별명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가끔 볼 때가 있다.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좋은 멋진 별명을 붙여준다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동시에서처럼 '씨앗'이니 '들꽃'이니 하는 예쁜 별명을 붙여준다면 친구 간의 정도 더 깊어질 것이다.
( 이준관 / 아동문학가 / 조선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