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개가죽나무생명이야기(생명/죽임)
태초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습니다.(창세기1:1)
창조 셋째 날, 하나님의 말씀대로 개가죽나무가 생깁니다.(창세기1:11)
하나님은 개가죽나무를 보시고 좋아합니다.(창세기1:12)
1970년대 하반기 감옥에서 시작해서 1980년부터 생명, 생명사상을 제창하고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지하씨가 생명의 가치관을 역설하게 된 배경을 최근에 출간된 '생명학' 책에서 또 다시 이야기합니다.
"나는 삶다운 삶을 위해서, 즉 사회적으로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죽음의 세력인 독재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민주, 자유, 평등, 정의 등의 시대 경륜의 한계나 혹은 근대적 패러다임의 한계 안에서였지요. 1970년대 중반에 인혁당 고문사실 폭로와 이른바 옥중메모 사건으로 재투옥 되어 처음 몇 년간은, 비록 양심선언 발표 이후 특수 격리 상태에서 그야말로 야만적인 혹독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그런데로 자족하며 즐겁게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며서 견디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벽이 다가 들어오고 천장이 자꾸만 내려오기 시작하였지요. 가슴이 답답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에 마구 휩쓸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감옥에서는 이를 벽면증(壁面症)이라고 합니다. 그 무렵 내 감방문짝 위쪽 벽에는 텔레비전 모니터가 부착되어 있어 24시간 내내 나의 동태를 감시하였고 또 문 밖에는 따로 교도관이 책상을 놓고 앉아 역시 24시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 기록, 보고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기미가 보이면 정보부의 지시를 보안관장이나 소장, 때로는 정보부요원 스스로 달려와 적당히 타협하고 나가라는 유혹을 해대곤 하는 형편이었지요. 타협은 바로 항복이었고 그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으며 손가락도 무던히 깨물었지요. 그러나 막무가네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간간히 골돌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도데체 어찌해야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까 그것은 무슨 철학적 명상의 결과도 아니었고, 외국서적을 보거나 한 결과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실존적인 위기 때문이었어요. 그때가 마침 봄이였는데, 어느 날 쇠창살 틈으로 하얀 민들레 꽃씨가 감방에 날아 들어와 반짝거리며 허공 중에 하늘하늘 날아다녔습니다.
참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쇠창살과 시멘트 받침 사이의 틈, 빗발에 패인 작은 흠에 흙먼지가 날아와 쌓이고 또 거기 풀씨가 날아와 앉아서 빗물을 빨아들이며 햇빛을 받아 봄날에 싹이 터서 파랗게 자라오르는 것, 바로 그것을 보았습니다. 개가죽나무라는 풀이었어요. 새삼스럽게 그것을 발견하는 날, 웅크린 채 소리 죽여 얼마나 울었던지! 뚜렷한 이유도 없었어요 그저 '생명' 이라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신선하게, 그렇게 눈부시게 내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한없는 감동과 이상한 희열 속으로 나를 몰아넣었던 것입니다.
'아, 생명의 무소부재로구나! 생명은 감옥의 벽도, 교도소의 담장도 얼마든지 넘어서는구나! 쇠창살도, 시멘트와 벽돌담도, 감시하는 교도관도 생명 앞에는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구나! 오히려 생명은 그것들 속에마저도 싹을 틔우고 파랗게 눈부시게 저렇게 자라는구나! 그렇다면 저 민들레 꽃씨나 개가죽나무보다 훨씬 더 영적인 고등 생명인 내가 이렇게 벽 앞에서 절망하고 몸부림칠 까닭이 없겠다. 만약 이 생명의 끈질긴 소생력과 광대한 파급력, 그 무소부재함을 깨우쳐 그것을 내 몸과 마음에서 체득할 수만 있다면 내게 더 이상 벽도 담장도 감옥도 없는 것이다.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며 이 생명이라는 말 한마디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읽어온 모든 종교경전과 과학서적의 내용이 다 이 생명이라는 한마디에 연결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어요. 생명은 이미 삶과 함께 죽음까지도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이어서 내 개체가 죽어도 나의 전체 생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도 막연하게나마 집작하게 되었지요. 문제는 자연적인 죽음이 아니라 인위적인 살해, 곧 죽임이었습니다. 자연적인 죽음은 삶과 대립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나아가 나만이 감옥에 갖힌 것이 아니라 감옥 밖의 숱한 사람들도 나라는 이름의 개인의 감옥, 그 고립된 입자 속에 갇혀 있으며, 그것을 열고 나오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무궁한 우주생명이 끝없이 생성 활동하고 있음을 알고 그 활동을 자기 나름의 개성적인 삶 속에 지극히 모셔 그 활동대로 나름나름 독특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사회와 함께 지구와 우주의 전 생명계에 연결된 전체적인 생존이므로 자신과 함께 이웃과 자연 생명을 파괴와 죽임. 즉 인위적 살해로부터 살려내야 하고 또 그것이 도리어 자기 자신을 살리는 길임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김지하, 생명학, 화남출판사,2003,pp.59-63)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태복음16:25-26)
개가죽나무 통하여 말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시여!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은 죽임으로부터 생명을 지켜주옵소서!
"빛이 있으라"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죽임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라져라"
"죽어가는 개가죽나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살아나라"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생명의 영, 보혜사 성령님이여!
생명의 영으로 채워주시고 영원한 삶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아멘 <생명사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