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이지영(36)씨의 양보가 탈레반까지 감동케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크리스천의 자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씨가 어머니에게 쓴 쪽지 메모가 23일 공개되자 이씨의 용기와 신앙인들의 남다른 자세를 높이 평가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아이디 ‘마이꽃나무’는 인터넷포털 다음에서 “자랑스런 딸이네요. 눈물이 납니다. 사지에서도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꼭 돌아오셔서 좋은 일 많이 하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메인8100’은 네이버 댓글에서 “본인도 참 두려웠을 텐데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믿는 사람들의 참사랑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분당샘물교회 청년봉사단 인솔자였던 이씨는 피랍 20여일 만에 석방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억류된 이들 중 가장 건강이 좋지 않다고 탈레반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나는 건강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다른 여성을 풀어주라”며 석방기회를 양보했다. 이씨의 양보로 김경자(37) 김지나(32)씨는 지난 13일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탈레반은 석방을 양보한 이씨가 가족에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씨가 쓴 “걱정말라. 아프지 마시고 편히 계시라”는 작은 쪽지의 메모는 풀려난 2명을 통해 모친 남상순(66)씨에게 전달됐다. 이들을 억류한 탈레반조차도 이씨의 용기있는 행동에 감동했다고 한다.
지난 13일 김경자 김지나씨를 석방할 당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 압둘라 탈레반 사령관도 이씨의 의연한 모습을 칭찬했다. 경자씨와 지나씨를 적신월사에 인도했던 그는 “건강이 가장 나쁜 2명을 골랐다. 그런데 그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석방해달라고 해 받아들였다. 용기있는 그 여성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당시 지나씨는 “지영 언니도 풀려날 거라고 얘기를 해주면서 우리를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마케팅과 웹디자인을 공부한 이씨는 지난해 말 직장을 그만뒀다. 2년 전 아프간에 처음 봉사활동을 간 뒤 그곳에서 사역해야겠다는 소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교단체 인터콥을 통해 지난해 12월 아프간으로 출국,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병원에서 간호를 보조해왔다.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동한 것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협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모슬렘들은 한국인 못지않게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과 형제애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인 타지키스탄에서 사역하는 최모 목사는 2001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자신의 교회에 폭약을 설치해 성도 10명이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범인들이 무기징역에 처해지자 최 목사는 ‘죄인들이 회개하고 부모형제의 품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타지키스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탄원서는 600만 타지키스탄 국민에게 감동을 줬고, 최 목사는 타지키스탄 대통령 훈장을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