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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민생명-농구선수 이상민의 손- 마디마다 남은 치열한 전투의 흔적
이름: 흰빛/한홍철


등록일: 2007-09-08 16:20
조회수: 349 / 추천수: 9


마디마다 남은 치열한 전투의 흔적
농구선수 이상민

   

병을 잘 못 따요, 하며 음료수 병마개를 돌리는 손놀림이 어딘지 어색하다. 수박만한 농구공은 떡 주무르듯 하는 사람이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병을 들고 끙끙댄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아서다. 인대가 끊어질 뻔한 부상 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엄지와 검지만으로 마개를 연다. 왼손 새끼손가락은 보기에 안타깝다. 바깥쪽으로 90도쯤 젖혀진다. 끊어진 인대가 마디를 지탱하지 못해서다. 2001~02시즌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다친 후유증이다. 게임 뒤 붓고 많이 아팠지만 대수롭잖게 여겼다. 경기가 계속됐으면 병원에 가 조치를 받았겠지만 시즌이 끝나며 긴장이 풀어졌다. 별거 아니라 여기고 며칠 놔둔 게 화근이었다. 그 사이에 끊어진 인대는 굳어 버렸다. 그래도 왼손이라 공 다루는데 별 문제 없다며 씩 웃는다.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떠냐, 어느 날 아버지가 물었다. 아들의 되풀이되는 부상에 고심하던 아버지 나름의 처방이었다. 민첩할 민(敏)이 온화할 민(旼)으로 달라졌지만 부상은 그치지 않았다. 운동선수에게 부상은 숙명이다. 몸을 던지건 몸을 사리건 부상은 순간에 일어난다.

 숱한 승부 거치고 무수한 고비 넘은 백전노장의 손, 얼핏 보아 곱상한데 가만히 보니 전투의 흔적 치열하다. 뼈마디 울퉁불퉁하고 굵기도 다 다르다.

 예상과 달리 손은 크지 않다. 큰 손이라면 제 친구 야구 정민철이죠, 키가 1m87㎝인가 되는데 서장훈(2m7㎝)이 손보다 마디 하나는 더 길어요, 볼 컨트롤 하는데 굉장히 유리하대요. 농구선수들은 키와 달리 의외로 손 작은 사람이 많아요(이상민의 키는 1m83㎝다). 저도 휴대전화 자판 누르는데 불편하지 않은 걸요.

 이 손으로 농구선수 골프대회에서 1등도 해봤지만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있단다. 설거지를 몇 번 해봤는데 아내가 말리더라고요. 꼼꼼한 건 좋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나. 다른 젊은 남편들은 ‘호강’한다고 부러워하겠지만 그는 아내 일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그저 ‘요즘 젊은 남편’이다.

 대학 때부터 따라다니는 ‘오빠’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다. 딸 현조와 아들 준희에게 ‘아빠가 말이야’ 할 것을 ‘오빠가 말이야’ 해놓고 낄낄대기도 한다. 이런 ‘공인 대한민국 대표 오빠’가 정작 아내에게는 오빠 소리 못 듣는단다. 한 살 많은 아내가 오히려 누나라고 부르란다나. 우리나이로 서른여섯. 그도 이제 ‘아저씨급 오빠’다. 그런데도 이 오빠가 움직이면 농구판이 흔들린다. 그가 KCC를 뜬다는 말이 나오자 그 이름 석자는 잠깐 사이에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적이 확정되자 팬들이 돈을 모아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

 ‘그곳이 어디든… 이상민! 당신이 가는 길이 정답입니다’

 광고비로 저금통 털어 2400원을 보낸 초등생도 있고, 20만원을 내놓은 40대 주부도 있었다. 팬 카페 이응사(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는 회원이 1만8000명을 넘는다. 그가 전혀 관계하지 않는데도 팬들로 북적인다. 프로농구 선수 중 유일하다. 그의 팬은 스펙트럼이 넓다. 아줌마급도 숱하다. 연세대‘독수리 5형제’ 시절부터 그를 보러 잠실체육관에 몰려들던 이들이다. 시집가고 장가가서 이제는 아이들 손잡고 온다. 6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가 괜한 영광이 아니다.

 ‘오빠 브랜드’ 덕분에 요즘 삼성썬더스는 함박웃음이다. 석 달 만에 홈페이지 회원이 2300여 명 늘었다. 오빠 있는데 팬들 간다. 많은 이들은 그의 천재성·외모·몸가짐에서 인기의 비결을 찾는다. 나는 휘고 굽고 울퉁불퉁한 그의 손에서 열정을 보았다.
 다음달 19일, 이번 시즌 그의 첫 경기가 있다.
 
안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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