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두암에 전해오는 "백마이야기" -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듯한 형상, 용일까? 백마일까?
용두암은 제주시내 서쪽 바닷가에 튀어나온 특출한 형태의 기암이다.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꼭 들러서 본다는 바다를 향한 높이 10여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기암으로 일출과 함께, 또는 석양빛에 물들어갈 때의 용두암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색 조명시설이 되어 있어 밤, 신비로운 느낌의 용두암을 보기 위해 늦은 시간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
이런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절경답게 용두암에는 전해 내려오는 설화가 여러 가지다. 용과 연관된 설화도 있지만 특이하게도 백마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마을에, 바닷가에 백마(白馬)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나돌자 그 당시 하루에도 쌀 한 섬에 돼지 한 마리를 먹는다는 힘 센 한 장수는 그 백마를 잡으려고 마음 먹었다. 어느 날 장수가 백마가 나타난다는 그 곳으로 가보았다.
장수의 모습을 보자마자 곧장 물속에 잠겨 버리는 백마가 다시 물 위에 나타나기를 한참을 기다렸으나 헛수고였다. 그러나 사람이 안 보이면 물위에 솟아나 자유롭게 나타나곤 하는 것을 보고, 장수는 한 계교를 생각해 내었다. 거기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워 두자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백마도 이 허수아비와 친근해질 때가 있을 것이라는 속셈에서였다.
장수는 나무를 깎아 사람 모양으로 만들고, 거기에 바지와 저고리를 입혀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꾸몄다. 그리고는 백마가 나타나는 오른쪽 언덕 위에다 세웠다. 처음 며칠간은 허수아비에 놀라 겁을 먹는 듯했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경계를 늦추고 점점 가까이 다가가더니 나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수아비 근처에서 뛰어노는 것이 아닌가. 이것을 본 장수는 성공이라고 무릎을 쳤다.
항시 백마의 노는 모습을 엿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터이므로, 어느 날 그는 한밤중에 허수아비 모양으로 그곳에 가 있었다. 날이 새자마자 백마는 바다에서 나와서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장수가 서 있는 곁에까지 이르렀다. 그 순간 장수는 안간힘을 다 써서 백마의 목덜미를 꽉 붙잡았다. 백마는 달아나려고 요동을 쳤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백마는 하늘을 향해 세 번 울음을 울었다. 그러자 삽시간에 먹구름이 일고 천둥이 치더니 억수 같은 비바람이 쏟아져 내렸다. 얼마 후였다. 날은 개었으나 그 자리에는 백마가 물속에 잠긴 채 바윗돌로 굳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리하여 장수의 손에 잡히게 된 백마가 원통함에 울부짖던 머리가 굳어져 용두암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용에 관한 설화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알려진 것으로, 승천을 앞둔 용이 몰래 한라산 산신령의 옥구슬을 입에 물고 하늘로 올라가려 하자 이에 분노한 산신령이 용에게 화살을 쏘았다. 화살에 맞아 그 용은 승천하지 못한 채 바다로 떨어져 죽어서 몸은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물 위에 떠 있게 되는데, 이것이 굳어져 `용두암"이 되었다고 한다.
원통한 백마의 울부짖음인지, 승천하지 못한 용의 한스러움 때문인지 용두암은 특히 파도가 심한 날, 용 혹은 백마가 울부짖음을 토해내듯 거센 파도가 용두암에 부딪쳐 부서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런 날에는 전설속의 용, 백마가 금세라도 하늘로 솟구쳐 오를 듯 요동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와 해, 하늘 그리고 용두암이 어우러져서 장엄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전설 속 용두암을 다시금 찾아보고 싶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