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100자평(0)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2.12.24 03:01
천연기념물 충북 괴산 용송 "내년 봄에 새잎 돋아야 회생"
지난 8월 태풍으로 쓰러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왕소나무(천연기념물 290호) 곁에는 '소나무지기' 곽용석(34·현대나무병원)씨가 있다. 그는 매일 오전 청주 집을 출발해 승용차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왕소나무로 출근한다. 두 평도 안 되는 컨테이너 박스가 곽씨 사무실이다.
23일 현장을 살펴본 결과 4개월 전 쓰러진 왕소나무는 회생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뽑힌 뿌리 부분은 돌과 흙으로 봉분처럼 만든 다음 보온을 위해 지푸라기 이엉을 덮어놓았다. 뿌리 부분을 살려야 겨울이 지난 뒤 물과 영양분을 빨아들여 수세(樹勢)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송’으로 불리는 이 소나무는 지난 8월 강풍을 동반한 태풍‘볼라벤’에 쓰러졌다. 그 후 괴산군은 나무에 붕대를 감는 등 각종 회생·치료 작업을 펼치고 있다. /신현종 기자 600살 고령인 이 소나무는 지난 8월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할 때 쓰러졌다. 높이 12.5m, 둘레 4.7m에 줄기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예로부터 '용송(龍松)'으로 불려왔다. 주민들은 이 거목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 1980년대까지 제사를 지냈고, 1982년엔 천연기념물, 2001년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왕소나무는 쓰러질 당시 가지가 무수히 부러졌다. 괴산군은 수분 증발을 억제하기 위해 줄기를 부직포 붕대로 칭칭 감아 놓아서 나무는 환자처럼 변했다. 문화재청과 괴산군은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왕소나무를 일으켜 세우는 대신 누운 그대로 살려 '와송(臥松)'으로 보존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문가들을 동원해 치료작업을 진행 중이다. 철제 보호시설과 차광막을 설치했고, 가지치기와 영양제 주사, 뿌리 발근촉진제 처리, 병해충 방제, 안전시설물 설치 등의 각종 회생 대책을 마련했다.
괴산군 김영근 학예연구사는 "왕소나무 회생 여부는 내년 3월 말 새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명목 | 삼송리 왕송나무] 태풍 볼라벤이 쓰러뜨린 삼송리 600년 왕송
글·사진 황영목 변호사, 전 대구고등법원장 기자의 다른 포토보기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三松里)는 백두대간 줄기인 청화산(淸華山) 자락에 자리 잡은 산자수명한 마을이다. 그곳에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즈음에 자라기 시작하여 600년을 버텨온 소나무가 있다. 높이가 13.5m, 가슴높이 둘레는 4.9m, 뿌리목 둘레는 5.3m인 ‘왕소나무’가 그 나무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290호로 지정되었고, 2001년엔 충청북도 자연환경명소로도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 빼어난 나무가 지난 8월28일 불어닥친 태풍 볼라벤으로 인하여 무참하게 쓰러지고 말았으니 안타깝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삼송리에는 오래전부터 멋진 자태의 소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그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왕송 한 그루만 남아 있었다. 왕송이 자리잡은 솔숲은 밖에서 보면 아담한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주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100살은 넘어 보이는 소나무들이 주위에 모여 있고 그 가운데에 서있는 붉은 껍질이 비꼬인 듯 용틀임을 하는 거창한 나무 하나가 바로 용송(龍松)이라고도 하는 왕송이었다.
왕송을 둘러싼 17그루는 호위무사인양 버티고 있어 왕송의 웅장한 자태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런데 2008년에 이르러 둘러싼 소나무들 중 가운데 3그루가 잘려나가는 바람에 순한 곡선을 이루었던 솔숲은 전혀 낯선 모습으로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문화재 관계자에 의하면 그 3그루 때문에 왕송이 반대편으로만 가지를 뻗게 되어 생육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된다는 이유로 베어냈다고 했다.
▲ 일몰직전에 서편에서 낙조에 수피가 붉게 물든 수직방향 왕송의 힘찬 모습
왕송과 나의 인연
왕송은 경남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천연기념물 제289호 구룡송과 더불어 가장 기개가 넘치는 소나무다. 또한 나에겐 소나무 탐방의 계기가 되어준 소나무다. 소나무 사진의 대가인 고송(古松) 장국현(張國鉉) 선생과 더불어 2007년 1월에 눈 덮인 모습을 처음 본 이후 소나무와 야생화 탐사를 즐기는 친구와 함께 절기마다 왕송을 찾아갔다. 작년 가을(2011. 9)에는 대구사진동호회 사광회에서 개최한 ‘천년살이 우리 나무’ 노거수전에 왕송 사진을 출품까지 했다.
대다수의 사진작가들이 왕송을 아침시간에 동쪽에서 촬영했지만 나는 반대로 서쪽에서 일몰 직전 무렵까지 기다렸다가 낙조에 수피가 붉게 물드는 왕송의 힘찬 모습을 즐겨 찍어 왔다. 왕송은 가까이에서 자세를 낮추고 올려다 볼 때 역동적인 기운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세가 좋고 병충해도 없어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그 왕송이 8월 말 불어닥친 태풍 볼라벤으로 무참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원인이 오래된 수령과 태풍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제기했던 관리상의 문제와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던 왕송 주변 소나무 3그루를 베어낸 점도 큰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역시 인재가 아닌지 하는 아쉬움에 가슴이 저려온다.
관계당국은 왕송이 노쇠한 데다 쓰러질 때 뿌리가 많이 훼손되어서 세울 경우 살아 있는 다른 뿌리마저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며 누워있는 현 상태에서 소생 작업을 벌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올해 8월3일에 왕송의 늠름한 모습을 지켜보고 촬영한 본인으로서는 너무나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는 이 사태를 계기로 천연기념물 노거수에 대한 안전 조치를 실시하는 등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천연기념물 관리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왕송이 누워서나마 뿌리가 잘 내리고 생기왕성하게 영생을 누리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