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수천종의 유용 식물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커피나 코코아·캐모마일처럼 카페에서 인기가 높은 음료의 원료들도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어 지구온난화가 일상까지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영리 연구 기관인 국제열대농업연구센터(CIAT)는 최근 발간한 '유용 야생식물의 보존 지수' 보고서에서 "전 세계 22개국에서 7000종 가까운 유용 야생식물을 조사한 결과 3%도 안 되는 종(種)만 제대로 보호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구온난화가 커피나 차·코코아처럼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호식품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커피의 경우 야생 32종 모두 보존 지수가 100점 만점 중 35.3점을 넘지 못했다.
보존 지수는 75점을 넘어야 충분히 보호받는 상태로 평가된다. 커피 전문점에서 인기가 높은 품종인 아라비카는 해발 1000~2000m 고원지대에서만 자라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앞서 영국 왕립 큐식물원 연구진은 온난화가 지속되면 2070년쯤 에티오피아의 커피 재배지가 60%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콜릿과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나무도 보존 지수가 35.4로 낮았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지역은 전 세계 코코아의 70%를 생산한다. 앞서 향후 40년간 기온이 2도 올라가면 이곳에서 카카오나무가 살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스타리카에서는 곰팡이병이 창궐해 1983년 코코아 수출이 96% 급감하기도 했다.
이 밖에 차로 인기가 높은 국화과 식물인 캐모마일은 보존 지수 27.8에 그쳤으며, 음료에 들어가는 바닐라와 시나몬(실론계피)도 각각 39.8, 23.0을 받았다. 중국인이 즐기는 보이차 역시 최근 차나무 산지인 윈난성(雲南省) 일대가 이상 기후로 우기의 강우량이 늘고 건기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 인도 홍차도 같은 일을 겪었다.
열대농업연구센터 콜린 코우리 박사는 "야생식물은 질병에 강한 신품종 농작물 개발에 꼭 필요하므로 서식지 보호와 함께 유전자은행과 식물원의 자원 확보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