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9 09:00 | 수정 : 2016.01.29 11:35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바다새우 양식에 성공하면서 그 비법에 관심이 쏠린다. 물이 없고 뜨거운 사막 환경에서 그것도 소금기가 있는 물에서 사는 바다새우를 양식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성공 비결로 ‘정확한 비율로 칵테일을 만드는 비법’을 꼽았다.
▲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새우양식센터에서 연구진이 새우를 걷어올리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양수산부는 지난 27일 알제리 중북부 지역 와글라주에 건립한 새우양식연구센터에서 바다새우 500kg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알제리 지원 사업에 지원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새우양식센터는 축구장 12개 크기인 10헥타르(ha) 규모로 건설됐다.
과학원은 먼저 외교부를 통해 알제리 정부에 어느 곳에서 어떤 품종을 양식하는 것을 원하는지를 물었다. 알제리 정부는 뜻밖에도 사막에 새우 양식장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는 답이 왔다. 알제리 사람들이 새우를 매우 좋아하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일부 부자들만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구진은 이미 지난 2008년 바다새우 양식 기술을 개발한 상태였다. 연구진은 이후 알제리 연구진과 1년 동안 현지답사를 진행하고, 스키다와 와글라 두 곳에 새우 양식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와글라는 사막 지역이지만 지하수가 있었고, 이 지하수가 미량의 염분을 갖고 있어 바다새우를 키우는 데 도전할 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와글라 지역 지하수에는 1L에 15g의 소금이 들어 있다. 보통 바닷물 1L에 35g의 소금이 들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저염도인 셈이다. 연구진은 저염도 물에서도 잘 크는 흰다리새우를 양식 품종으로 골랐다. 흰다리새우는 한국 양식새우의 98%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널리 소비되는 품종이다.
▲ 사하라 새우양식센터에서 국내 기술로 양식된 흰다리새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연구진이 가진 핵심 기술은 ‘바이오플락(Biofloc)’이라는 미생물 덩어리를 이용해 물을 정화하면서 새우의 먹이도 공급하는 기술이다. 흰다리새우를 키우려면 수중에 유익한 미생물이 안정적으로 번식할 환경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생물은 사료찌꺼기나 배설물을 분해해 물을 정화한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물을 거의 갈지 않고도 양식을 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플락은 흰다리새우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투입하는 사료의 양을 20%쯤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바이오플락은 또 흰다리새우가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고, 질병이 생겨도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플락이 잘 형성되게 하려면 수중 환경을 잘 만드는 것이 숙제다.
수중 미생물이 잘 번식하게 하려면 인산, 질산, 탄소 등이 적절한 농도로 유지돼야 한다. 또 암모니아와 아질산 같은 독성 물질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과 기후가 크게 다른 곳이다 보니 수중 미생물이 잘 번식할 환경을 새로 찾아내야 했다.
연구진은 인산과 질산, 탄소, 암모니아, 아질산 등이 적절하게 배합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를 재빨리 측정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거나 넘친 것을 줄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양식장 물을 매일 측정해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 인가까지 예측해 해결하는 데까지 30분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술이 정확한 비율로 섞인 칵테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 알제리 북부 와글라주에 건립된 새우양식센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하지만 사막에서 환바다새우를 키우기에 완벽한 환경을 만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새우양식센터를 세운 곳은 아스팔트 도로를 제외하고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다. 전제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흰다리새우가 보통 28~30도에서 잘 자라는데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기 일쑤였다”면서 “처음에는 흰다리새우가 수없이 죽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 흰다리새우를 키울 때는 얼음을 이용해 온도를 낮추고, 성장하면서 서서히 고온에 적응하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결국 새우가 적응할 조건을 찾는 데 성공했고 이번에 500kg의 새우를 생산하는 쾌거를 이뤘다.
연구진은 올해 말까지 사하라 사막에 상주하며 기술 지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지는 치안 상황이 좋지 않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30분 거리에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 환경이다. 전 연구관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지지 세력을 얻는 데 이런 원조 사업이 큰 역할을 한다”면서 “수산과학기술을 이용한 원조 사업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