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생물 49종 첫 발견 국내 미기록 249종도 확인
인간은 자연을 정복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생물은 지구 곳곳에 널려 있다. 최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그동안 전혀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던 개구리 등 양서류 200여종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해마다 전 세계에서 적어도 수천 종의 생물이 새로 발견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지금껏 발견된 생물 종은 전체 자생(自生)생물의 3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등 한반도와 비슷한 땅 크기를 가진 나라에 서식하는 자생생물의 수와 비교해 남북한에도 10만종 정도의 생물이 분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생물종은 3만여종에 불과한 실정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올 6월부터 5개월간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해 조사를 벌인 결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세잎개발나물 등 신종(新種) 49종과 다른 나라에선 발견됐지만 우리나라에선 처음 확인된 신안새우난초 등 미기록종 249종을 발굴했다고 18일 발표했다.
▲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발견된 세잎개발나물. 약 500만년 전에 일본의 개발나물에서 분리된 식물이다./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특히 강원도 산간 계곡에서 발견된 '세잎개발나물'은 500만년 만에 자기 존재를 세상에 알린 케이스다. 이 식물 70여 개체를 발견한 생물자원관 이병윤 연구관은 "세잎개발나물과 가장 가까운 종인 일본의 개발나물과 비교 연구한 결과 세잎개발나물은 약 500만년 전에 개발나물에서 처음 분리돼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앞날개가 거의 투명해 나비 수집 애호가에게 인기가 높은 유리나방과에서 신종 4종, 해충을 잡아먹는 장님노린재과에서 5종의 미기록 곤충이 발굴됐다.
이번 조사에서 바다에 사는 무척추동물 조사를 맡은 강릉원주대 팀은 울산 앞바다에 정박한 선박에 붙어 있던 떠돌이 해양동물인 '귀조개삿갓'을 발견하기도 했다. 귀조개삿갓은 고래·거북·선박 등과 같은 이동성 동물이나 물체에 붙어사는 갑각류 동물이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현재 국내엔 조개와 비슷하게 생긴 완족(腕足)동물 등의 일부 분야에 생물분류학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한명도 없어 신종이나 미기록종을 발굴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기초·순수 학문을 홀대해 신종이 발견되더라도 신종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얘기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되는 아스피린처럼 최근 식품·의약품 등 생물산업의 원천 재료로 사용되는 자생생물을 찾아내는 것이 국가경쟁력 강화의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2006년부터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사업을 벌여 2008년까지 2800여종의 미기록종·신종을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 유호 과장은 "이번 조사는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생물'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