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식시인 + “남들은 다 갖고 있는데 내게 없는 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핸드폰, 컴퓨터, 운전면허, TV, 신용카드.” 그는 “오무자의 삶은 남들이 갖기 어려운 다섯 가지를 안겨줬다”... “책, 시간, 역마살, 쓸쓸함 그리고 자유.”
# 박인식시인 + “남들은 다 갖고 있는데 내게 없는 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핸드폰, 컴퓨터, 운전면허, TV, 신용카드.” 그는 “오무자의 삶은 남들이 갖기 어려운 다섯 가지를 안겨줬다”... “책, 시간, 역마살, 쓸쓸함 그리고 자유.”
“나는 山을 써요… 내 운명입니다”
시집 ‘언어물리학…’ 펴낸 박인식
이기문 기자
입력 2021.03.16 03:00 | 수정 2021.03.16 03:00
최근 네 번째 시집 ‘언어물리학개론’을 펴낸 박인식(70) 시인은 휴대전화가 없었다. 출판사를 통해 만남을 타진하자 전화가 걸려왔다. 함께 사는 어머니 휴대전화를 잠시 빌렸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을 “오무자(五無者)”라 소개했다. “남들은 다 갖고 있는데 내게 없는 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핸드폰, 컴퓨터, 운전면허, TV, 신용카드.” 그는 “오무자의 삶은 남들이 갖기 어려운 다섯 가지를 안겨줬다”고 했다. “책, 시간, 역마살, 쓸쓸함 그리고 자유.”
인왕산 초입의 수성동 계곡 앞에 박인식 시인이 섰다. 인왕산 자락에 살며 하루 2시간씩 산에 올라 자연과 교감한다. /이덕훈 기자
인왕산 초입의 수성동 계곡 앞에 박인식 시인이 섰다. 인왕산 자락에 살며 하루 2시간씩 산에 올라 자연과 교감한다. /이덕훈 기자
일평생을 산과 나무, 바위와 바람과 벗하며 살았다. “걷는 게 내 일이었거든요. 방랑이었죠.” 배낭여행의 원조였다. 연세대 지구물리학과(현 지구시스템과학과) 재학 시절 가방 하나에 의지해 전 세계를 떠돌았다. 1980년대 초 1년간 유럽 전역을 펜과 종이를 들고 유랑했고, 틈만 나면 인도·네팔·남미·중국의 산으로 가 몇 달씩 풍찬노숙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클라이머로 이름을 날리며 월간 ‘산' 기자를 지냈고, 등산 관련 잡지를 창간하기도 했다. 알프스 산악에 빠져 프랑스 샤모니 마을에서 1년간 살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소설가·드라마 작가·화가·미술평론가·여행가·시인으로 살았다. “산은 제 운명입니다. 산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다해본 셈입니다.”
그는 멸종한 원시 인류의 환생으로 보였다. “못 믿으시겠지만, 산이 주는 메시지를 느낍니다.”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그는 자연을 예민하게 감각하는 사람이라는 것. TV를 켜면 머리에 두통이 생기고, 전화 통화를 하면 송곳으로 귀를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산을 만나면 잃어버린 고향에 온 듯 편했다. “산은 높이보다 깊이가 중요합니다. 제게 등산(登山)은 입산(入山)이고, 하산(下山)은 출산(出山)입니다. 클라이밍 역시 등반(登攀)이 아니라, 바위 속으로 들어가는 입암(入巖)입니다.” 그는 “산에서 사랑의 감정과 감촉을 느낀다”고 했다.
결혼하고 자녀 둘을 뒀지만 지금은 홀로 구순 노모를 모시며 산다. 나이가 무색하게 메모장을 가지고 매일 2시간 넘게 인왕산을 오른다. 스스로 개발한 등산로에서 날짐승과 식물, 돌과 교감한다. 그렇게 수신한 감정을 시어로 옮겼다. ‘불씨가 목숨인 시대/ 원시의 첫날밤 사랑도/ 자작나무 껍질 불꽃으로 자작자작/ 타올랐을 테지(자작나무).’ 그는 “시집 두 권을 더 낸 뒤, 1999년 2권을 내고 멈춘 산악 대하소설 ‘백두대간’ 집필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했다. “10권까지 쓰면 글로써 내가 할 일을 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오르막길 끝에 인왕산이 있다.
제목: # 박인식시인 + “남들은 다 갖고 있는데 내게 없는 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핸드폰, 컴퓨터, 운전면허, TV, 신용카드.” 그는 “오무자의 삶은 남들이 갖기 어려운 다섯 가지를 안겨줬다”... “책, 시간, 역마살, 쓸쓸함 그리고 자유.”
사진가: 흰빛/한홍철
등록일: 2021-03-16 10:25
조회수: 2315 / 추천수: 237 박인식.jpg (61.3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