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소녀 안에 소년
김동석 기자 ds-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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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12 03:02
성별의혹 받던 육상선수 세메냐 "자궁 없고 男女생식기 다 있는 兩性"
서방 언론 보도에 남아공 격분… "출전 정지땐 3차 세계대전" 경고
그녀는 여자가 아니었나?
지난달 독일 베를린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800m 경기에서 우승한 뒤, 성별논란에 휩싸인 캐스터 세메냐(18·남아공)가 '양성(hermaphrodite·자웅동체)'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호주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1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고위 관계자가 세메냐는 남녀의 생식기를 모두 갖고 있으며 자궁과 난소는 없기 때문에 '100% 여자'는 아니라고 말했다"고 보도했고, AP와 AFP 등 주요 통신사도 일제히 이 사실을 타전했다.
▲ 베를린 세계육상경기선수권 여자 800m에서 우승한 뒤 팔근육을 자랑하는 세메냐. 성별 검사 결과 세메냐는 남녀 양성이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AFP연합뉴스 세메냐는 강한 이목구비와 우람한 복근, 저음의 목소리 때문에 우승 직후부터 "여자 맞느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경기 전 검사에서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일반 여성보다 3배나 많았다는 사실이 우승 직후 드러나기도 했다. 논란 이후 IAAF가 성별 검사를 진행하자 남아공 의회는 "인종 차별적이고 성 차별적 인권 모독 행위"라고 반발했고, 세메냐도 최근 남아공의 한 잡지에 검은 드레스차림으로 등장해 여성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세메냐는 남아공 북부의 시골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딸로 키워졌으나 14세까지 여자축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너무 터프하다"는 이유로 쫓겨났으며, 이후 달리기에 흥미를 보여 육상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메냐의 아버지는 "어려서도 치마를 입지 않았고,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면 남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IAAF는 11월 집행위원회에서 세메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성문제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어 메달 및 기록 박탈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IAAF측은 "지금까지 양성으로 문제가 된 경우는 4번 있었으며, 모두 선수 생활 포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11일 '남아공 육상 스타 세메냐가 양성'이란 서방 언론들의 보도에 남아공 사회 전체가 격분하고 있다. 남아공 체육장관 마켄케시 스토필레는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세메냐를 출전 정지시킨다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전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 의원은 "어떻게 이 아이를 생물학적 이유로 비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흥분했다.
